[프리뷰]흑인 집사 눈으로 본 8명의 백악관 주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9일 03시 00분


‘버틀러’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올댓시네마 제공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올댓시네마 제공
프랑스의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이 주도한 아날학파라면 미국의 근대사를 어떻게 그릴까. 지배자들의 관점이나 거대 사건 위주의 서술에서 벗어나 역사 속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28일 개봉하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는 이런 관점이 녹아 있는 영화다. 미국에서 소수이며 약자인 흑인의 눈으로 본 미국 근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해리 트루먼부터 로널드 레이건까지 34년간 대통령 8명을 수발한 백악관 집사 유진 앨런 씨(1919∼2010)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남부에서 흑인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세실 게인스(포리스트 휘터커)는 어려서 아버지가 백인의 총에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고향을 떠나 워싱턴의 한 호텔에 취직한 그가 상사로부터 배운 금과옥조는 ‘백인의 마음을 읽고 만족시켜라’였다.

좋은 품성과 능력으로 백악관으로 이직한 게인스는 대통령들도 흉금을 털어놓을 정도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게인스의 아들 루이스(데이비드 오옐로워)는 백인의 하수인인 아버지와 흑인을 차별하는 사회에 염증을 느낀다. 루이스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흑인 인권운동에 투신한다.

영화는 이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본 세상을 그린다. 차별의 역사 속에서 살아온 아버지는 학비 축내고 딴짓하는 아들이 못마땅하고, 아들은 차별에 순응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화려한 출연진과 집사의 눈으로 본 대통령 8명의 뒷이야기는 영화의 볼거리다. 로빈 윌리엄스는 따뜻한 성품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 나온다. 존 큐잭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야심을 그린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역을 맡은 제인 폰다는 실제 인물과 외모가 무척 닮았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게인스의 아내로 나와 연기력도 입담 못지않음을 증명한다.

주연 배우 휘터커는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그는 2007년 ‘라스트 킹’에서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 역으로 나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버틀러#페르낭 브로델#대통령#흑인#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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