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체포…배 뒤집히고…독충에 물리고…10여 바늘 응급수술 제작비 사정상 충분한 사전답사 어려움 돌발상황 막기 위한 현지조사 선행돼야
‘현지 경찰에 체포되고…, 손가락을 10여 바늘 꿰매고….’
최근 방송가에 예능과 다큐멘터리 형태의 오지 체험 프로그램이 속속 생겨나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날 것 그대로’를 담는 극한의 리얼리티가 주는 재미가 남다르다보니 방송사들은 점점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 ‘날 것’을 강요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기자 이연두는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또그라스에서 KBS 1TV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 촬영 도중 약초 밀반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5일 만에 풀려났다.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는 지구촌 오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극한의 상황과 거친 현장을 연출 없이 체험하는 프로그램. 다행히 무혐의 판정을 받고 이연두와 제작진 일부는 18일 귀국했지만, 일부는 촬영 내용을 검사받기 위해 체류 중이다.
그룹 클릭비 출신 가수 오종혁도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촬영 도중 부상을 입었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오종혁은 최근 ‘정글의 법칙’ 미크로네시아 편을 촬영하다 바나나잎에 손가락을 베어 10여 바늘을 꿰매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들에 앞서 2010년 화제를 모은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당시 김정민 PD는 아마존 흡혈 곤충 삐용에 물려 다리가 괴사상태에 이르렀고, 일부 스태프는 촬영 도중 배가 전복돼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모두 극한의 체험과 ‘날 것’을 보여주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다.
● 사전답사와 준비는 철저히
제작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떠난다. 현지 사정에 밝은 코디네이터와 함께 카메라 동선을 그려본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도 제작비가 비교적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사전답사도 떠날 수 없고, 현지 코디네이터에게서 받는 정보나 자료 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오지 체험이라는 프로그램 특성상 돌발 상황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셈이다.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의 최성일 팀장(CP)은 “오지를 체험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사전에 여러 상황에 대비할 수 있지만, 최근 일어난 일처럼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일도 많다”면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최소 인원으로만 제작진이 꾸려지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할 수 없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도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철저히 조사하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