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정산·28)는 내년 1월, 부모가 있는 미국 애틀랜타를 찾는다. 2009년 한국으로 들어온 지 5년 만이다. “성공하겠다며 그동안 한 번도 뵙지 못한 부모님을 드디어 만나게 돼 좋다”는 산이에겐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8월 초 발표한 싱글 ‘아는 사람 얘기’로 2주간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쓴 산이는 이달 초 싱글 ‘어디서 잤어’도 발표와 동시에 1위에 올려놓았다. 이어 21일 내놓은 첫 정규앨범 ‘낫 베이스드 온 더 트루 스토리’의 타이틀곡 ‘이별식탁’ 역시 현재 차트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에게 ‘음원강자’란 수식어는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산이는 최근 소속사 브랜뉴뮤직으로부터 꽤 큰 돈을 받았다. 2009년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수입’이다. “일단 월세 밀릴 걱정이 없다”는 산이는 교회에 소정의 헌금을 하고, 필리핀 수재민 성금을 낸 후 나머지 돈을 모두 부모에게 보냈다. 미국에서 여전히 “육체노동을 하시며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무명 시절 산이는 궁핍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2년여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다 2010년 싱글 ‘맛 좋은 산’으로 데뷔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로 다시 연습생이 됐다. 2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새 음반은 기약이 없었다.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현실, 확실한 보장도 없는 미래, 가수도 연습생도 아니고, 연예인도 비연예인도 아닌 ‘어중간한’ 신분. 산이는 소속사에 자신의 처지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양측은 지켜주지 못한 서로를 위로하며 ‘건설적인’ 이별을 하기로 했다.
“JYP의 많은 분들이 ‘한 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임을 보여주듯 지금도 따뜻이 대해주신다. 안락한 보금자리였지만, 음악에 대한 굶주림도 컸다. 사실 JYP를 나오면 월세 걱정, 심지어 끼니 걱정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나간다고 별 수 있을까, 버텨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아이돌도 아니고, 비주얼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퍼포먼스 가수도 아니어서 보여줄 건 오로지 음악뿐”이라는 산이는 대중의 감성을 파고드는 솔직한 가사와 멜로디로 음원강자가 됐다. 대중호감도가 높은 반면, 일부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선 “사랑노래나 해대는, 상업성을 좇는다”며 폄훼하는 시선도 있다. 그는 “지금의 감정에 충실한 음악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는 사람 얘기’부터 최근 앨범 수록곡은 최근 겪은 사랑과 이별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다. 돈을 좇아서도, 인기를 위해서도 아니다. 타인의 간섭, 타협, 설득을 완전 배제한, 오직 나만의 음악이다. 이것이 2013년 11월 지금의 내 모습이다.”
자신의 첫 수입을 송금한 그는 ‘주위의 더 어려운 이들을 꼭 도우라’는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 최근 빈곤층 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아버지 때문에 사실 억지로 봉사활동에 나섰”지만, 5만원이 없어 얼어 죽는 사람이 있고 이들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결심하게 됐다.
“‘착한 일’을 하고 나면 음악작업이 잘 되는 효과가 있다. 난 착한 사람이 아니지만, 착한 일을 하면 마음이 떳떳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음악도 잘 된다. 주위에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연예인이 많은데, 나도 뭔가 할 수 있어 좋다.”
산이는 다음 앨범에도 자신의 감정과 환경을 고스란히 담는다는 계획이다.
“가난했던 집, 못된 이들에게 사기도 당하고 고생만 하셨던 부모님. 어렸을 땐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정직하게 살라’는 교훈을,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셨다. 내년 1월이면 드디어 부모님을 만난다. 금의환향인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