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엔 멜로와 로맨틱 영화가 강세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꼽히는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신작 ‘어바웃 타임’을 다음 달 5일 국내 개봉한다. 다음 달 19일에는 2003년 제작한 ‘러브 액츄얼리’를 10년 만에 재개봉한다.
워킹타이틀은 1994년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시작으로 ‘노팅힐’(1999년)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년) ‘윔블던’(2004년) ‘오만과 편견’(2006년)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 영화들은 특히 여성 관객에게 사랑받으며 ‘워킹타이틀 신드롬’을 몰고 왔다. 워킹타이틀의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를 4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찌질이’
워킹타이틀 영화의 주인공은 선남선녀와는 거리가 멀다. ‘노팅힐’에서 주인공 휴 그랜트의 직업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중고서점 주인. 그와 한집에 사는 친구 리스 이판스는 트레이닝복을 유니폼처럼 입고 나오는 괴짜 독신남이다. 여성 위에 군림하려는 마초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러네이 젤위거도 술과 담배에 찌들고 남자보단 TV와 친한 ‘모태 솔로’다.
주인공들은 결핍과 상처가 있는 인물들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성장해 간다. 관객은 자기보다 못한 인물의 성장담을 보며 ‘나도 뭔가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대리 만족을 느낀다. 달콤하지만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로맨스 영화와 달리 생각할 거리를 준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워킹타이틀 영화의 잔향이 오래가는 이유는 연애 이야기에 인생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족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은 돔놀 글리슨과 레이철 매캐덤스 커플. 하지만 영화는 커플의 이야기 못지않게 남주인공과 아버지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룬다. ‘노팅힐’에서도 휴 그랜트의 식구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워킹타이틀은 ‘일상의 로맨스’를 지향한다. 남녀의 사랑을 가족과 친구 관계의 연장선에서 바라본다. 워킹타이틀의 멜로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속에 가족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매춘부와 백만장자의 사랑인 ‘귀여운 여인’처럼 할리우드 멜로는 극단적인 설정인 반면, 워킹타이틀 작품에 등장하는 잔잔한 가족 이야기는 영화의 현실감을 높여 준다”고 했다.
○형식 파괴
워킹타이틀의 이야기 형식은 다양하다. ‘어바웃 타임’에는 공상과학(SF) 영화를 접목했다. 남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는다. ‘러브 액츄얼리’는 네 쌍이 넘는 커플들의 사연을 옴니버스 영화처럼 풀어 간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다양한 그릇에 담긴 멜로를 맛보는 재미가 있다.
○귀로 듣는 영화
오래 기억되는 영화음악도 영화사의 트레이드마크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남자가 종이에 쓴 글을 한 장씩 넘기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온 ‘러브 이스 올 어라운드(Love Is All Around)’가 그렇다. ‘노팅힐’의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른 ‘쉬(She)’와 빌 위더의 ‘에인트 노 선샤인(Ain’t No Sunshine)’도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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