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40)은 11일 개봉하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몰려 프랑스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주부 송정연으로 나온다. 전작 ‘카운트다운’(2011년)에서 팜파탈의 사기전과범을 연기한 것과는 정반대다.
2년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그를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냥 아줌마 역할이죠, 어디 가도 볼 수 있는 애 있는 아줌마. 영화 ‘밀양’ 찍을 땐 미혼이고 아이도 없어서 모성애 연기에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연기에 디테일이 많이 늘었죠.”
송정연은 비행기를 두 번만 타면 400만 원을 주겠다는 지인의 말을 믿고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보석이 들어 있는 가방을 나른다. 하지만 가방에 든 것은 다량의 코카인.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을 운반한 현행범으로 붙잡힌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한국 영사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2년간 속수무책으로 재판을 기다린다. 남편 김종배(고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연기하면서 답답하고 화도 많이 났어요.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죠. 만약 제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관심을 쏟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영화는 실화 ‘장미정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실화의 주인공이 촬영 전 고사에 참석했지만 전도연은 그와 먼발치에서 눈인사만 나눴다. “실제 주인공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어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분을 만나는 게 두려웠어요.”
연기의 절정은 프랑스 법정에 서서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는 장면이다. 송정연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전도연은 복받쳐 오열하기보다 감정을 꾹꾹 누르고 차분하게 프랑스어를 내뱉는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방은진 감독님은 법정 장면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송정연을 원했지만, 저는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때로 현실은 영화보다 더 냉정하잖아요. 슬픔과 회한의 감정도 있겠지만, 매 순간 살아남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려 발버둥치다가 결국은 성숙해진 정연을 보여주고 싶었죠.”
2007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그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그게 그렇게 큰 상인지 몰랐다”며 “고인 물보다 흐르는 강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칸 여우주연상이 부담이자,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용기인 셈이다”라고 했다.
전도연은 요즘 내년 개봉을 목표로 무협액션 장르의 사극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을 찍고 있다. 올여름 내내 액션 스쿨에서 살았단다. “‘전도연이 액션을?’ 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제 안에 생각보다 액션의 피가 많이 흘러요. 촬영 현장에서 와이어도 잘 탄다고 칭찬 많이 받는걸요. 아름다우면서도 감정이 느껴지는 액션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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