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막장 드라마’로 비난받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가 막장논란이 커질수록 시청률도 함께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임성한 작가를 향한 방송가 사람들의 ‘불편한 줄서기’가 또다시 시작됐다.
임성한 작가는 최근 한 드라마 제작사와 ‘오로라공주’ 후속작품 집필 계약을 마쳤다. 황당한 스토리 전개와 주연배우들의 뜬금없는 하차가 잇따르면서 ‘작가 퇴진 운동’에 휩싸였던 임 작가의 차기작 계약소식에 방송가에선 “시청률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코미디”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임성한 작가와 집필 계약을 마친 드라마 제작사는 3년 전 한류스타가 출연한 드라마를 공동 제작했고, 한류 콘텐츠 비즈니스에 중점을 둔 회사다.
여기에서 더욱 불편한 현실은, 아직 ‘오로라공주’가 종영하지도 않았고, 새 드라마의 시놉시스는 물론, 편성까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배우 측의 일명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신인 연기자들이 주로 소속된 한 매니지먼트사의 관계자는 “임성한 작가가 그동안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등 작품에서 신인급 연기자들을 캐스팅해 스타급으로 성장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에 신인의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로라공주’가 방송되는 동안 “비상식적인 전개” “한국 드라마의 망신” “배우들이 출연을 거부해야 옳다”고 비난하던 연기자들과 매니지먼트사들도 기존의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줄서기에는 시청률만 잘 나오고, 어떻게 해서든 연기자만 뜨면 된다는 이기적인 심리가 반영돼 있을 뿐, 작품성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오로라공주’가 최악의 평가와 함께 대중들의 비난을 받은 가운데 과연 어떤 방송사가 임 작가에게 편성을 내어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오로라공주’에서 황마마를 연기하는 오창석도 돌연사로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창석은 ‘임성한 데스노트’의 12번째 배우가 될 전망이다. 비중 있는 역할이었던 견공 ‘떡대’도 9일 방송에서 돌연사로 하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