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이나 MT를 가서 게임할 때 정색하고 달려드는 부류가 있다. 처음에는 그들 덕분에 흥이 오른다. 그런데 한두 시간이 지나면 너도 나도 피곤해진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지 말자’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싶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최근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를 기록했다. 4월 시작한 후 한동안 승승장구했던 프로그램이다. 사실 이 프로의 시청률 하락은 예견돼 있었다.
진짜 사나이는 출연자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어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즐기는 프로다. 이 때문에 연예인 출연자들은 4월부터 쉬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다. 에피소드가 겹치면 안 되는 예능의 특성상 군대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짐을 싸 새로운 부대로 옮겨간다. 제작진은 육군 일선부대와 수도방위사령부, 해군 편을 다뤘으며 앞으로 공군과 해병대도 가겠다고 밝혔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레벨 업 될수록 난도가 높아지듯 옮겨가는 부대마다 훈련도 ‘빡세’진다.
처음엔 ‘아, 군대는 저렇구나’ 해서 신선했던 나는 이제 진짜 사나이가 좀 부담스럽다. 타인의 고통과 피로 덕분에 내가 웃음을 얻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의구심도 생긴다. 저건 진짜일까. 예컨대 tvN ‘푸른거탑’에 등장하는 뺀질뺀질한 말년 병장은 왜 진짜 사나이에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진짜 사나이는 진정성으로 승부한다는 평이 많았다. 진짜 사나이 말고도 요즘은 많은 예능이 유행처럼 진정성을 외친다. 사전에 없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문맥을 통해 유추해본다면 솔직함 혹은 진심을 담는다는 뜻 같다.
그런데 이 진정성을 왜 예능에서까지 찾아야 하나. 예능의 미덕은 재미인데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매주 정해진 방송 분량을 뽑아내야 하는 예능 제작진은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진처럼 하염없이 무언가가 발생하길 기다릴 수도 없다.
결국 진짜 사나이를 비롯해 요즘 유행하는 ‘관찰예능’에서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상황들은 제작진이 사전에 상당 부분 의도한 것들이다. 그래서 ‘실제 상황’임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진정성을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제작진의 의도가 노출될 경우엔 조작 논란도 벌어진다(끊임없이 조작 논란에 시달리는 SBS ‘정글의 법칙’을 보라). 진짜 사나이의 딜레마는 여기에도 있다.
그러니까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지 말자. 매사에 진정성을 담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죽자고 덤볐더라도, 진정성을 담고 싶더라도 그걸로 생색내진 말자. 그게 예능이건 인생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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