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맨 같은 소심남, 나라면 어땠을까 촬영 내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생각 상대 역 정재영과 술잔 기울이며 소통
요즘 일 끝나면 조카와 함께 시간 보내
어쩌면 영화 ‘플랜맨’은 남성 관객들이 더욱 열광할 만한 로맨틱 코미디일지도 모르겠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여러 시사회의 관객 반응 중 절대 다수는 여주인공 한지민(32)을 향한 반가움이다. 영화평 가운데 ‘한지민 예쁘다’는 내용이 줄을 잇고, 이런 반응을 꺼내는 대다수는 남성 관객들로 ‘추정’된다. 2011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 이후 햇수로 3년 만에 돌아온 스크린. 한지민은 로맨틱 코미디에 딱 들어맞는 상큼한 매력으로 영화를 꽉 채운다.
“예쁘다는 말? 아무도 안 해주던데….”
한지민에 따르면 그 주변 사람들은 평가에 ‘냉정한’ 편이다. 그래서 손수 온라인 게시판에 접속해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좋은 말이 많긴 한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지민은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다.
“사실 성시흡 감독님은 영화에서 내가 예쁘게 보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의상도 너저분한 스타일로 입었고 예뻐 보이는 메이크업도 멀리 했는데…, 예쁘다니.(웃음) 무조건 개성 있게 해보고 싶었다.”
‘플랜맨’은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남자 정석과 그 앞에 나타난 가수 지망생 수정이 쌓아가는 로맨스. 한지민의 상대역은 실제로는 열 두 살이 많은 정재영이 맡았다. 영화를 보며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은 ‘실제라면 어땠을까’. 촬영 내내 한지민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도 “나라면 소심한 정석을 사랑할 수 있을까”였다.
“낯선 사람이 보여주는 순간의 모습으로 우리는 그를 판단하지 않나. 소정은 대체 왜 그 남자를 좋아하는지 계속 생각했다. 지켜보다 빠지는 사랑도 있지 않을까.”
영화의 대부분은 한지민과 정재영이 이끈다. 둘은 촬영 도중에도, 촬영이 끝나고도 자주 술자리에서 뭉쳤다. 영화에서 한지민의 매력이 극대치로 발산되는 장면 역시 두 사람이 곱창에 소주를 곁들여 마시고 만취한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실제로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시고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다.
“나는 취하면 형님 스타일이다. 하하! 술자리에서 애교 부리는 여자들도 있던데 나는 그런 거 싫어하는 편이다. 함께 있는 여자들한테 ‘언니가 챙겨줄게’ 하는 스타일?(웃음)”
새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분주한 연말과 연초를 보낸 그이지만 ‘일’을 제외한다면 최대 관심사는 네 살이 된 조카의 일거수일투족이다. 스스로를 ‘조카바보’라고 칭하면서 “일 끝나면 언니가 어디 있는지 찾아서 조카와 시간을 보낸다”며 “조카 따라서 키즈 카페에 갈 때도 있다”며 웃었다.
얼마 전에는 조카와 함께 태국으로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알아보는 이 없는 타국에서 오랜만에 시간을 보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간 식당, 호텔 직원은 뜬금없이 그의 이름까지 또박또박 읊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그의 말이 ‘알아보는 사람 많으니 조심하라’더라. 하하! 드라마 ‘이산’을 찍고 나선 중동 지역에서도 팬이 생기긴 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응을 접할 때면 신기하다.”
“30대가 된 뒤에는 해가 바뀌는 것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한지민이지만 매년 변함없이 갖는 바람은 있다. “새로운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나는 일”이다. 올해 한지민은 스크린에서 자신의 자리를 단단히 다지려고 한다. ‘플랜맨’에 이어 사극 ‘역린’으로도 관객을 찾는다. 현빈과 만나는 ‘역린’에선 흔히 ‘악녀’로 표현될 법한 조선시대 영조의 어린 부인 정순왕후 역을 맡았다.
“비중은 적지만 그동안 내가 해 온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큰 도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