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처럼 긴 작품 처음…부족함 느껴 부담감·책임감 이겨내며 한층 더 성장 청순? 평상시엔 푼수끼 넘치는 4차원 올해는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모두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던 2013년 12월31일 밤. 연기자 경수진(27)은 마치 동화 ‘신데렐라’ 속 주인공 같은 하루를 보냈다. 호박마차와 유리구두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13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 후보로 참석했다. 그리고, 배우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신인상을 거머쥐며 특별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자정 새해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경수진은 동화 속 이야기와는 달리 스스로 신데렐라의 마법을 풀었다. 수상의 기쁨에 도취된 것도 잠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정말 나는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배우인 걸까?”
그리고 다짐했다. 2014년 1월1일부터는 그 상에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겠다고.
경수진은 지난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비롯해 KBS 2TV ‘상어’와 아침드라마 ‘은희’로 쉴 틈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은희’는 그동안 누군가의 아역으로만 평가됐던 경수진에게 반드시 넘어야 하는 큰 산이었다.
“‘은희’를 선택한 것이 작년 가장 행복하고 보람됐다. 사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호흡이 짧은 연기만 해봐서 140부작을 끌고 가는 것이 너무 벅찼다. 하지만 직접 부딪치면서 얼마나 내가 준비가 덜 된 연기자인지, 얼마나 더 채워야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던 부담감과 책임감은 때론 알 수 없는 기이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사량이 주는 압박감에 허덕이거나, 현장의 무거운 공기에 눌려 있을 때 “너에게 주어진 역할이 결코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는 주변의 말은 신기할 만큼 큰 에너지를 가져다 줄 때도 있었다.
2013년은 분명 경수진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그래도 아직은 ‘최고’는 아니다. 경수진은 “새해에는 사고를 한 번 쳐야겠다”며 반달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하지만 새해에는 명랑하고 푼수기 넘치는 4차원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손예진 선배가 연기한 MBC ‘개인의 취향’의 박개인 같은 캐릭터. 그게 진짜 경수진의 모습에 가장 가깝기도 하다”며 변신을 예고했다.
세상의 모든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늘 특별하지만 경수진에게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일 정도로 각별하다.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을 반듯하게 키워준, 수상 장면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을, 그리고 데뷔 이후 묵묵히 성장을 바라봐 준 엄마를 위해 경수진은 처음으로 두 사람만의 제주도 여행을 준비 중이다.
“맛집도 알아보고 있고, 렌터카도 준비했다. 이상하게 엄마들은 사진 찍는 걸 싫어하시더라.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지금이 가장 젊고 예쁠 때’라며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번 여행에서도 엄마와 함께 많은 사진을 찍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