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는 신선했다. 이 서바이벌 두뇌게임에서 출연자들은 노골적으로 승리를 욕망하고 착한 척하지 않는다. ‘힐링’과 ‘공감’ 열풍에 지겨웠던 시청자들은 환호했다.(“사실 우리가 그렇게 착하진 않잖아.”) 지난해 시즌1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 방영됐고 지금은 시즌2인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가 방송되고 있다.
게임은 지금까지 나온 방송 가운데 가장 어렵다 싶다. 고백하자면 나는 매회 게임 시작 전 룰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벅거린 게 다반사다.(“나, 배운 여자 아니었어?”) 중반쯤 돼서야 ‘아하’ 하곤 했지만 펜과 종이까지 가져와 교육방송 보듯 열성을 다했다. 일부 출연자가 보여주는 기발한 전략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출연자들 간의 정치와 처세다. 때로 너무 ‘잘난’ 우승 후보는 그보다 못한 다수의 연합을 통해 제거됐다. 방송에서 서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속닥거리며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은 꽤 ‘리얼’했다.(“그래, 혼자 똑똑하면 뭐하니. 세상사 다 정치 아니겠어.”) ‘더 지니어스’가 현실과 꽤 닮았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다. 여느 예능보다 ‘리얼’하다는 소문을 타고 시청률은 쑥쑥 올라갔다.
문제는 처세가 실력을 능가하는 상황이 거듭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아무리 게임을 잘해도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내 편의 ‘쪽수’였다. 여기에 노골적인 반칙까지 속출했다. 시즌2에서는 일부 출연자가 연맹을 꾸려 그렇지 못한 이들을 배척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청자들은 온라인에서 ‘더 지니어스’ 폐지운동을 벌였고, 시즌2 방송 초반 2%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이제 반 토막이 났다.
결국, 우리가 방송에서 원한 것은 ‘리얼함’이지 진짜 ‘리얼’은 아니었다. 친근한 연예인이 반칙을 불사하며 승리를 욕망하는 모습은 어쨌든 불편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경쟁 논리에 완벽하게 길들여진 것도 아니다. 불공정한 경쟁은 존재하고 때로 그 결과는 냉혹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긍정하는 사람은 없다.(“내가 그렇게 착하진 않지만 또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말은 예능에도 통한다. 위선도 위악도 적당히 해야 한다. 물론 그 ‘적당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늘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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