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워도 너무 얄밉다. 동그랗고 선한 눈매에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듯 앳된 얼굴을 하고선 표독스럽기가 그지없다. 외모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심어주며 현재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백진희(24)를 두고 하는 말이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타나실리 역을 맡은 그는 선배 연기자 하지원에게 ‘따귀 세례’를 날리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시기와 질투로 똘똘 뭉친 악역이라 당연하지만, 백진희가 독기를 품을수록 시청률은 올라가고 시청자는 욕을 하면서도 절로 빠져든다.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오나미가 패러디할 정도로 ‘핫’한 인물이기도 하다.
“워낙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하는 거라 부담이 컸다. 또 처음 도전하는 악역이어서 걱정도 많았고. 못된 행동을 하고 악담을 퍼붓는 데 익숙한 사람이 어디 있나. 나쁜 감정은 감추는 게 당연한데 그걸 끄집어내 드러내는 게 더 낯설고 어려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디서 몰래 과외를 받는 건 아닐까. 제작진은 물론이고 하지원, 김서형, 이원종 등 선배 연기자들은 “딱 네가 타나실리다”며 칭찬(?)까지 해준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하면 분에 못 이겨 악을 쓰는 인물이다. 살면서 그렇게 소리를 많이 질러보기는 처음이다. 점점 배의 힘이 부족해지더라. 하하! 이젠 목소리톤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고 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방송 초반에는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전작이었던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을 끝내고 바로 ‘기황후’에 합류해 대본을 숙지할 시간도 부족했다. 또 전작에서는 한 없이 착한 딸의 캐릭터여서 극과 극을 오간다는 점에서도 시청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전작을 끝내고 이틀 만에 드라마에 합류해 중국으로 첫 촬영을 떠났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 초반엔 많이 어색했다. 시청자가 어떤 평가를 하는지 일일이 반응을 체크한다. 응원의 글도 많지만 ‘학예회하는 것 같다’는 댓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처가 많이 됐다. 악플이라고 그냥 넘길 수 없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칠 게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한다.”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매회 방송을 보고 “우리 딸 잘 한다”고 응원해주는 부모님 덕분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김서형, 하지원 등 선배들과 당당히 맞서야 하기 때문에 절대 기에 눌리면 안 된다. 엄마는 제 편이라 여자들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는 모습이 재미있다고 하시더라. 안심했다. 아빠도 ‘우리 딸, 이제 시집은 다 갔다’라고 하시고. 작은 부분에서 많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