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악순환…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19일 07시 00분


드라마 ‘감격시대’. 사진제공|KBS
드라마 ‘감격시대’. 사진제공|KBS
■ 촬영 중단 ‘감격시대’로 본 미지급 원인

방송사·제작사 불공정 계약에
능력 없는 제작사들까지 난입
스타 억대 몸값도 악순환 키워


미지급 출연료 문제와 관련해 KBS 2TV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촬영이 17일 갑자기 중단됐다.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제작사에 밀린 개런티 지급을 요구하며 촬영을 거부한 탓이다. 제작사는 스태프의 개런티를 지급하면서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연기자 출연료 미지급 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비단 ‘감격시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2월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연기자 출연료가 미지급된 드라마는 총 31편이며, 미지급액은 29억원이 넘는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이제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 ‘슈퍼갑’ 방송사와 제작사간 불공정 계약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 악순환하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는 방송사와 제작사간 비합리적인 계약 관계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드라마의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제작사가 불합리한 계약관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작사들은 드라마 편성 이후 방송사로부터 제작비의 50% 정도를 지원 받고 나머지는 협찬과 간접광고, 수출 등으로 충당한다. 이마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 문제갑 정책위의장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계약 구조만 봤을 때 이미 제작사는 ‘마이너스 수익’을 안고 간다. 간접광고나 수출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지만 최근 일본 등 해외 시장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7월 방송사가 갖는 저작권을 상당 부분 제작사에 양보하고 지급보증보험증권 등으로 출연료 미지급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아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며 강제성도 없다.

● 신생 제작사들의 난립

제작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제작사들의 난립도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과거 출연료 미지급을 비롯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법적 분쟁에 휘말린 제작자가 이름만 바꾼 제작사를 내세워 새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를 알면서도 편성권을 주는 방송사의 안일함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신생사 중에는 자금력도 안정적이고 작품을 제작할 역량이 되는 우량 제작사들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제작사가 자금만 보유하고 제작 경험은 전무하다. 현행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개정하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정 조건을 갖춘 제작사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시장에 교란을 일으킨 제작사에는 패널티를 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억대의 스타·작가 몸값

이미 회당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에 달하는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들의 개런티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더욱 척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시청률 지상주의’와 스타를 앞세운 해외 판권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문제는 이를 채워줄 수익을 얻지 못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조단역 연기자 및 보조출연자, 스태프의 개런티 미지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고액의 출연료와 작가료 등에 대한 상한제 도입을 제시했다.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를 전체 제작비의 20% 이하(회당 7000만원 초과 금지), 작가료는 7% 이하(2300만원 초과 금지)로 상한선을 두는 대신 런닝개런티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박유승 한연노 사무총장은 “더 이상 스타가 드라마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방송사들은 연기자 출연료를 낮추면 된다고 하지만 기존의 제작 행태를 전면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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