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9일 첫 방송을 앞둔 KBS ‘나는 남자다’. 정규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국민MC 유재석이 진행한다는 사실만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유재석이 새 프로를 맡는 건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이후 4년 만이다.
이 프로는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집단 토크쇼를 표방한다. 공동 진행자는 유재석을 포함해 노홍철 임원희까지 모두 남자다. 첫 녹화에는 남자 중학교, 남자 고교, 공대 출신의 일반인 남성 방청객 250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방청 후기에 따르면 이날 녹화 현장은 군대 병영생활관(내무반)을 방불케 했다. 방청객들은 초대 게스트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출연하자 격렬한 환호를 보내는가 하면 스틸하트의 ‘시스 곤(She's Gone)’이나 임재범의 ‘고해’ 같은 남성 취향 노래를 ‘떼창’으로 불렀다. ‘나는 남자다’의 제작진은 “요즘 남자들은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된다. 남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서로 위로하는 게 이 프로의 목표”라고 밝혔다.
예능은 오래전부터 ‘남성 판’이었다. 웃음을 주기 위해 망가지는 것을 꺼리지 않는 남성 출연자가 선호 받았다.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등 방송사의 대표 예능은 모두 남성들만 출연하거나 남성 출연진이 중심이 된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남성성이나 형제애, 남성적 시각을 내세운 예능들이 가세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SBS ‘정글의 법칙’, XTM ‘더 벙커’처럼 군대나 수렵, 자동차 같은 남성의 관심사를 부각한 프로가 부쩍 늘었다. 남성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공개하거나(MBC ‘나 혼자 산다’) 남성의 시각이 중심이 된 ‘야한’ 토크(tvN ‘SNL 코리아’, jtbc ‘마녀사냥’)가 유행한다. 민정호 XTM 채널팀장은 “예전에는 옷 잘 입는 남자들을 다룬 프로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일반인 격투기 체험처럼 남성적 본능에 충실한 프로들이 인기”라고 전했다.
성공한 여성이 부각되는 사회에서 ‘알고 보면 불쌍한 남자들’을 위로하거나 새로운 남성성을 찾는 형식도 눈에 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제목에서부터 양육하는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남자 이야기에 여자들이 더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군대예능’인 ‘진짜 사나이’의 성별 시청 점유율은 45 대 55의 비율로 여성 시청자의 비중이 더 높다. 방송관계자들은 남성용 프로들이 남자들의 공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TV에서 남성성을 내세운 프로들의 주요 시청자는 대부분 여성”이라면서 “여자가 몰랐던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가 여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사회 불안이 이 같은 프로들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인기를 얻는 남성은 가부장적인 마초가 아니라 신체적 경제적으로 능력 있고 아내와 가족까지 잘 돌보는 ‘신마초’”라면서 “불안한 사회에서 강한 남성성을 원하는 것은 남자나 여자 모두 마찬가지이며, 이런 경향들이 방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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