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드라마’ 잘 안풀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SBS ‘신의 선물-14일’ ‘쓰리데이즈’ - MBC ‘투윅스’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 ‘시청률의 여왕’인 이보영(오른쪽)과 인기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지만 사건 전개가 복잡하고 짜임새가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평균 시청률 8.9%에 머물러 있다. SBS 제공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 ‘시청률의 여왕’인 이보영(오른쪽)과 인기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지만 사건 전개가 복잡하고 짜임새가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평균 시청률 8.9%에 머물러 있다. SBS 제공
외동딸 샛별이가 죽었다.

샛별이 없는 세상을 견디기 힘들었던 엄마는 유괴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강물에 뛰어든다. 그런데 신이 선물을 내렸다. 엄마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세상은 아이가 죽기 2주 전으로 돌아가 있다. 14일 안에 범인을 찾아내면 딸을 살릴 수 있는 거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딸의 죽음을 막기 위해 엄마가 목숨 걸고 범인을 찾는 드라마다. ‘시청률의 여왕’ 이보영이 엄마 역할을 맡은 데다 타임워프(시간의 흐름을 과거나 미래로 옮기는 것)라는 형식으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0회 방영분의 평균 시청률은 8.9%에 불과하다(닐슨코리아 기준).

대통령 경호관(박유천)이 한정된 시간 동안 군산복합체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SBS ‘쓰리데이즈’(위 사진). 백혈병에 걸린 딸을 구하기 위해 2주간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이준기)가 주인공인 MBC 드라마 ‘투윅스’(2013년). SBS·MBC 제공
대통령 경호관(박유천)이 한정된 시간 동안 군산복합체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SBS ‘쓰리데이즈’(위 사진). 백혈병에 걸린 딸을 구하기 위해 2주간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이준기)가 주인공인 MBC 드라마 ‘투윅스’(2013년). SBS·MBC 제공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도 대통령의 암살 시도와 탄핵 움직임을 둘러싼 9일간의 이야기를 사흘씩 나누어 다룬 작품이다. 군산복합체가 등장하는 특이한 소재에 영화처럼 빠른 전개로 첫 회 시청률 11.9%에서 시작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10회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여전히 11.7%에 머물러 있다. 제작비 100억 원에 ‘싸인’과 ‘유령’을 히트시킨 김은희 작가, 주연배우 박유천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기대작이었던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자 ‘날짜를 박은 드라마는 성공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방영된 MBC 드라마 ‘투윅스’도 2주 안에 백혈병에 걸린 딸을 구해야 하는 아버지 이야기였는데 만듦새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시청률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한국 드라마시장에서 사건 해결 시한을 정해놓은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줄거리를 따라잡기가 힘들어, 입소문을 듣고 드라마 중간에 유입되는 시청자를 붙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국내 드라마를 외국 드라마 보듯이 몰아서 보는 시청자는 드물다”며 “소위 막장 드라마는 띄엄띄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시간을 중요한 장치로 활용하는 드라마는 그렇지 않아 대박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복선은 필수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의 난이도를 높여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할 수 있다. ‘신의 선물…’에 대해 김선영 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 전개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충분히 설명해야 할 부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여러 단서와 사건이 얽혀 산만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긴박감과 밀도가 생명인 형식의 드라마를 작가 한 명이 16부작으로 쓰다보면 긴장감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신의 선물…’은 이보영이 딸을 죽일 미래의 범인을 찾는다며 정작 딸을 방치해 위험에 빠뜨리는 설정이 매회 반복돼 “집에서 딸이나 잘 지켜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쓰리데이즈’도 대통령에게 시위대가 쉽게 접근하거나, 대통령이 제대로 된 안전점검 없이 외부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장면이 방송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영화는 2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만 드라마는 석 달 가까이 매주 70분짜리 두 편을 선보여야 하니 이야기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황을 억지로 설정하는 등 극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아직 미숙하다”고 분석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의 선물#쓰리데이즈#시청률#긴장감#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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