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뜨는 男主에 여심 콩닥콩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조카남, 탈북자, 외계인…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의 목표는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과거 까칠한 재벌 왕자님 대신 요즘 드라마에서는 ‘특별한 조건’의 남성들이 여심을 흔든다. 위부터 tvN ‘마녀의 연애’의 조카남 박서준, SBS ‘닥터 이방인’의 탈북자 이종석,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김수현. tvN·아우라미디어·SBS 제공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의 목표는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과거 까칠한 재벌 왕자님 대신 요즘 드라마에서는 ‘특별한 조건’의 남성들이 여심을 흔든다. 위부터 tvN ‘마녀의 연애’의 조카남 박서준, SBS ‘닥터 이방인’의 탈북자 이종석,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김수현. tvN·아우라미디어·SBS 제공
사랑에도 트렌드가 있다. TV 드라마만 보자면 그렇다.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왔던 안방극장엔 요즘 ‘기황후’ ‘정도전’ 같은 사극이나 ‘신의 선물-14일’ ‘쓰리 데이즈’처럼 ‘센’ 장르물이 대세다. ‘별에서 온 그대’처럼 대박을 친 로맨스물도 있지만 여주인공을 홀리는 사랑의 대상은 예전과 다르다. 캔디녀의 운명 같은 사랑 상대였던 백마 탄 왕자님 대신 ‘이방인’이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여주인공과 열 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조카남, 꽃미남 탈북자, 외계인은 요즘 ‘뜨는’ 로맨스물의 남자 주인공들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로맨스물은 식상해진 재벌남 대신 새로운 판타지의 대상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색다른 남자 주인공의 등장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기도 한다.

○ 조카남


요즘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는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조카뻘 연하남과의 연애가 유행이다. 40대 배우 엄정화는 14일 시작된 tvN ‘마녀의 연애’에서 20대 배우 박서준과 호흡을 맞춘다. 극 중 두 사람의 나이 차는 14세, 실제 나이는 19세 차다. 엄정화는 올 2월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도 15세 연하 이재윤의 연인으로 나왔다. MBC ‘기황후’의 하지원과 지창욱은 9세, 지난달 종영한 tvN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김소연과 성준의 나이 차는 10세였다.

왜 갈수록 나이 차가 벌어질까. 그리고 왜 여자 쪽이 나이가 많은 걸까. 김지연 tvN PD는 “30대 중반을 넘긴 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가 될 만한 또래의 남자들이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안다”며 “20대 여성도 오빠보다는 또래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20대 남주인공은 폭넓은 여성 시청자층에 호소력이 있다”고 말했다.

○ 탈북자

‘탈북자’ 배역은 ‘뜨는’ 꽃미남 스타라면 한 번씩 거치는 역할이 됐다. 주로 액션영화의 주인공이던 꽃미남 탈북자는 최근 드라마까지 진출했다. SBS ‘신의 선물…’ 후속으로 이달 말 방영을 앞둔 ‘닥터 이방인’은 천재 탈북 의사 박훈(이종석)을 내세워 ‘메디컬 첩보 멜로’를 표방한다. 작품 속 박훈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거는 순정남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에서 사라지고 있는 남성성을 투영할 대상으로 꽃미남 탈북자가 부각됐다고 분석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 대중문화에서 그려지는 탈북자나 첩보원 모습은 순애보적 성격이 강하다. 현실의 남한 남자들에게 수컷 냄새가 나는 우직한 사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계인

외계인과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B급 콘텐츠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요즘은 대중문화의 주류 남자 주인공이 됐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드라마에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외계인 애인의 장점은 지구인 남자에게 없는 초능력이다. 이 초능력 중에는 여성의 사소한 욕망을 구석구석 챙기는 섬세함도 포함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최근 드라마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부자’라는 설정이 진부해졌다. 오히려 인간이 가지지 못한 남성성과 섬세함을 함께 가진 외계인 캐릭터가 부자남보다 희소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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