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작곡가 윤일상은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연주곡을 만들어 SNS를 통해 아픔을 달랬다. 피아니스트 윤한도 헌정의 의미를 담은 피아노 연주곡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가수 김창완은 4월28일 ‘노란 리본’이란 노래로,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자신의 옛 음반에 담았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개사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헌정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요계에서는 이처럼 ‘헌정곡’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헌정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헌정’의 사전적 의미는 ‘(물품을)바치다’이다. ‘바치다’의 말 속에는 ‘정중하게 드린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렇듯 헌정곡은 누군가에게 존경의 마음으로 ‘바치는’ 노래다. 누군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또 위로의 마음으로 곡을 만들거나 부르고 연주한다는 의미다. 음악계에서 대체로 헌정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음악인에 대한 존경심으로 후배들이 재해석하거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하는 경우다.
노래나 앨범에 ‘헌정’의 의미를 부여하면 대개 그로 인해 얻는 수입은 그 대상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윤일상이나 윤한처럼 SNS에 공개해 무료 배포하기도 하지만 임형주처럼 디지털 음원으로 유료 서비스하는 경우 그 수익금을 내놓는다. 희생자들을 위한 헌정앨범 수익금은 그 가족을 위해 혹은 그들의 유지를 받드는 일에 쓰이게 된다.
임형주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헌정한다고 밝히자 일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에게 이미 헌정했기에 자격이 없다”고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이미 바친 노래를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게 과연 헌정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적이기도 하지만 헌정은 바치는 사람의 ‘마음’과 ‘의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