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송새벽과 난, 도희 옆의 左청룡右백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22일 개봉 ‘도희야’서 파출소장역 배두나

배두나는 “촬영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연기가 좌우되는 배우”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스태프와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스태프 주려고 섬 밖까지 나가서 족발 사들고 들어갔어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배두나는 “촬영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연기가 좌우되는 배우”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스태프와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스태프 주려고 섬 밖까지 나가서 족발 사들고 들어갔어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배두나(35)는 배우다운 배우다. 자기에게 유리한 배역보다는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를 고른다. 22일 개봉하는 ‘도희야’도 이런 경우다.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몇 안 되는 한국 배우. 제작비가 1억 달러(약 1022억 원)가 넘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년)와 ‘주피터 어센딩’(7월 국내 개봉)에 출연하고 2년 만에 한국 영화에 돌아왔다. 그가 고른 작품은 제작비가 5억 원도 안 되는 작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5분 만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어요. 대본을 읽으면 제가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지 금방 알아요. 이번엔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시나리오가 너무 매력적인 거 있죠.”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배두나는 신나게 영화를 설명했다.

“도희 캐릭터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 옆에 있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죠. (함께 출연한) 송새벽과 ‘우리 좌청룡 우백호로 도희 옆에 있자’고 했어요. 20년만 어렸으면 도희 역을 했을 텐데.”

영화 ‘도희야’에서 어촌 파출소장으로 나오는 배두나. 무비꼴라쥬 제공
영화 ‘도희야’에서 어촌 파출소장으로 나오는 배두나. 무비꼴라쥬 제공
배두나가 맡은 역할은 경찰대를 나온 엘리트 영남이다. 영남은 좌천돼 어촌의 파출소장으로 발령받고 그곳에서 엄마 없이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의 폭행에 시달리는 여중생 도희(김새론)를 만난다. 영남은 도희를 엄마처럼, 언니처럼 보듬는다. 함께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폭행한 용하는 영남의 약점을 잡아 죄를 덮으려 한다.

경찰이면서도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영남. 그는 보호받지 못하는 또 다른 약자 도희와 그들만의 안전망을 엮어간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저는 그동안 자유분방한 캐릭터만 해왔는데, 영남은 답답하고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에요. 모성 본능으로 도희를 돌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연이 있어서 안타깝죠.”

영화의 대부분은 지난해 전남 여수, 순천, 금오도 일대에서 촬영했다. 당시 그는 소속사가 없어 매니저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고 촬영지를 다녔다.

“할리우드에서 촬영할 때 다들 잘해주셨지만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에서는 혼자 그린 스크린(컴퓨터그래픽 작업을 위한 녹색 배경)에서 연기하는 게 많았어요. 이번에는 상대도 있고 바다도 있고. 하하, 아주 행복했죠.”

하지만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 세트에서 찍은 욕실 장면에서는 고생 좀 했다. 32시간 연속 촬영했고 이 중 12시간은 욕조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예전에는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이제 새벽 2시만 넘으면 ‘그분’(극도의 피로감)이 와요.”

그는 봉준호(‘플란다스의 개’ ‘괴물’) 박찬욱(‘복수는 나의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공기인형’) 같은 쟁쟁한 감독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도희야’는 이번이 데뷔작인 신인 정주리 감독(34)이 연출했다.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엄청 예민해요. 이번 영화 속 인물들은 내면이 잔잔한 듯 소용돌이치는 캐릭터죠. 그런데 감독님이 끝까지 화 한번 큰 소리 한번 안 내더라고요. 뚝심이 대단해요.”

그는 배우 경력에 또 훈장을 달았다. 2009년 ‘공기인형’ 이후 두 번째로 14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아직 연기의 매뉴얼도 테크닉도 없어요. 항상 모래성을 쌓다가 다시 흩뜨리는 느낌이죠. 제발 저를 믿지 마세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배두나#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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