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안방극장을 찾는 드라마 속 형사들.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강력팀장 서판석(차승원)은 형사들이 가장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평가하는 인물이다. 두번째 사진부터 tvN ‘갑동이’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 하무염(윤상현), 70대 노인의 몸으로 범인을 쫓는 tvN ‘꽃할배 수사대’, MBC ‘트라이앵글’ 속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형사 장동수(이범수). 각 방송사 제공
TV 드라마에서 형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월화엔 MBC ‘트라이앵글’에서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광역수사대 형사 장동수(이범수)가, 수목엔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강력계 신입 형사 은대구(이승기)와 어수선(고아라), 그리고 둘을 조련하는 베테랑 강력팀장 서판석(차승원)이 범인을 쫓는다. 금토엔 tvN ‘갑동이’에서 형사 하무염(윤상현)과 양철곤(성동일)이 연쇄살인범 갑동이를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금요일 ‘갑동이’가 끝난 뒤엔 20대 꽃미남 형사들이 범죄조직의 음모로 70대 노인으로 변신하는 ‘꽃할배 수사대’가 이어진다.
일요일 빼고 매일같이 방송되는 형사 드라마를 유심히 보는 직업군이 있다. 형사들이다. 경찰청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좀 더 멋지게 그려줄 수 없나” 등 시청 후기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이 보기에 가장 현실감 있는 형사 캐릭터는 누구일까. 서울 강남경찰서 박미옥 강력계장과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서울시내 경찰관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가장 진짜 같은 형사 캐릭터로 차승원이 연기하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서판석을 꼽았다. “형사는 현장이다”라는 그의 대사는 이미 명대사 목록에 올랐다. A 경사는 “활동적인 무채색 복장부터 현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자세까지 형사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B 경장은 “차승원이 사건 제보자 보호에 실패하는 장면도 형사들의 고충을 잘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승원이 신입 형사들에게 “야, 경찰학교에서 뭐 배웠냐. 배웠으면 말을 들어 처먹어야 할 거 아니냐”라고 욕하는 장면에 대해선 “요즘 후배들에게 그랬다가는 징계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오래전에 있었던 관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가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로는 이범수가 연기하는 ‘트라이앵글’의 장동수를 꼽았다. C 경장은 “개인적인 원한으로 절차를 무시한 채 권력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총을 쏘는 모습이 어처구니없다”며 “형사 명함만 내밀면 사람들이 겁먹던 시절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A 경사는 “지휘계통 무시하고 혼자 날뛰고 범인에게 주먹질과 총질을 해대는 상투적인 형사 캐릭터를 형사들은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갑동이’의 형사들도 호평을 받았다. 박미옥 계장은 “형사들은 ‘내가 범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며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며 “형사들이 범인인 양 감정 이입을 하는 대목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청자들은 “고아라처럼 예쁜 형사가 어디 있느냐”며 드라마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간부는 “서울 시내 여자 경찰들 중 고아라급 미모를 가진 직원이 10명은 있다고 자부한다”고 귀띔했다.
특정 직업군을 다룬 드라마는 리얼리티가 특히 중요하다. 서울 강남서가 배경인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작가들은 강남서에서 두 달 넘게 머물며 수사와 범인 검거 과정을 취재하고 형사들을 인터뷰했다. 그 덕분에 피의자를 조사하는 책상 위에 흉기가 될 만한 것을 놓지 않는다거나, 도로에서 양보를 받기 위해 경찰차 밖으로 수갑을 흔드는 모습 같은 디테일을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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