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드라마든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물에 출연했던 이선균에게 액션영화 ‘끝까지 간다’는 자신에게 쉽게 들어오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끝까지 간다’로 연기 변신 나선 이선균
쉽게 들어오지 않는 장르라 고맙기도 너무 나만 나오나 싶어 책임감도 컸죠
요즘 아내 전혜진도 대중의 관심 한몸 남편이 잘 해주니까 가능한 일! 하하
이제는 욕심을 숨기지 않겠다는 듯한 각오가 엿보였다.
배우 이선균(39)은 영화 ‘끝까지 간다’ 시나리오를 받아들었 때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그 제안 자체가 굉장히 고마웠다”고 말하는 것은 10년 넘도록 연기를 해왔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갈증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에게 쉽게 들어오지 않았던 장르의 영화다. 뻔하지 않은, 개성과 개연성 강한 영화다. 잘만하면 독특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동안 이선균이 주로 참여한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영화는 물론 드라마에서도 예외를 찾기 어려웠다. 40대에 다다른 배우로는 드물게 20∼30대 여성 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한편으론 채워지지 않았던 아쉬움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마침 이선균을 자극한 건 “‘끝까지 간다’가 갖고 있는 멋 내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참여한 현장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선균이 기억하는 촬영현장은 “유기적”이었다. “말도 잘 통했다”. 서로 맞물리는 호흡이 가장 빛을 발한 건 상대역 조진웅과 펼친 액션에서였다.
“소위 ‘합’이 필요한 액션이 아니다. 굳이 액션스쿨을 다니지 않아도 됐다. 처절한 액션이라 연습 따윈 필요치 않았다. 잘 때리고 잘 맞으면 그뿐. 하하!”
말은 이렇게 해도 그는 액션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이선균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아파트 난투극 장면에서는 갈비뼈에 멍이 드는 부상도 당했다.
“힘들 거란 각오는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끝까지 간다’는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가는 비리 형사(이선균)와 그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경찰(조진웅)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흔히 영화는 ‘기승전결’에 따라 진행되지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정’에 다다른 듯 숨차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한 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매력도 상당하다. 곳곳에서 터질 수밖에 없는 관객에게 주는 웃음은 보너스다.
영화는 25일 막을 내린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상영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와 더불어 이미 칸에 몇 차례 소개돼 친숙한 배우 이선균의 활약을 향한 관심 역시 높았다. 칸에서 만난 연출자 김성훈 감독이 “이선균의 유명세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영화에서 이선균이 차지하는 출연 비중과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의미다.
“요즘은 멀티 캐스팅이 유행이지 않나. 여러 배우가 역할 분담을 하는데 우린 반대였다. 내가 90% 이상을 혼자 끌고 가는 영화는 처음이다. 끝나고 나니 ‘너무 나만 나오나’ 싶은데, 그래서인지 책임감은 더 크다.”
이선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이제 그의 아내에게까지 옮겨가고 있다. 아내이자 배우인 전혜진은 최근 영화 ‘인간중독’에 이어 ‘사도’ ‘허삼관 매혈기’ 등에 잇따라 출연해 관심을 얻고 있다. 아내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의 소재가 되자, 이선균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전혜진은 결혼하기 전부터 자신을 많이 드러내는 배우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사람들이 더 궁금해 하고 찾는 게 아닐까. 아내에게 ‘너의 몫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오라’는 말을 해준다. 사실…, 남편이 잘 해주니까 가능한 일 아니겠나. 하하!”
부부는 지난해 3월 함께 연극 무대에도 섰다. 한 달 남짓 ‘러브 러브 러브’로 무대에 오른 경험은 여전히 신선하게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선뜻 또 하고 싶다는 말을 못하는 이유는 아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