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쳐 100살인데…” 사랑앞에선 여전히 유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日드라마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길까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요.” 중년의 와헤이(왼쪽)와 치아키는 나이가 들었다고 연애를 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후지TV 화면 촬영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길까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요.” 중년의 와헤이(왼쪽)와 치아키는 나이가 들었다고 연애를 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후지TV 화면 촬영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이라고 하면 뭔가 심각한 분위기의 멜로드라마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일본 드라마는 의외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일이 있을까 싶은 40, 50대 중년 남녀가 주인공이다. 제목이 최후로부터 하필 두 번째인 이유는, 이게 죽기 전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심각하거나 절박해질까 봐서인 듯하다. 2012년 방영 당시 인기를 끌면서 올해 속편을 방영 중이다.

여주인공 치아키(고이즈미 교코)는 성공한 드라마 프로듀서지만 연애는 실패의 연속이다. 결국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도쿄의 화려한 삶을 떠나 가마쿠라의 고택에서 산다. 옆집 남자 와헤이(나카이 기이치)는 시청 공무원으로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딸을 키우고 있다.

둘의 나이를 합쳐 딱 100세인 치아키와 와헤이는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한다. 속편에서도 둘은 드라마 첫 회부터 신들린 연기 호흡으로 화려한 입씨름을 선보인다. 와헤이 남동생의 결혼 준비를 돕기 위해 결혼식장에서 만난 둘은 말다툼을 하다 직원에게 쫓겨난다. 벚꽃이 가득 핀 길을 걸으며 자조하는 둘의 대화. “우리는 성장하지 않나 봐요.” “이제 우리에게 성장 같은 것은 없지 않을까요.” “둘이 합쳐서 100세인데 말이죠.”

한국 드라마에서 중년의 사랑이라면 흔히 치명적인, 운명적인, 슬픈, 애틋한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굳이 그런 ‘중년스러운 척’을 하지 않는다. 남녀는 치명적인 끌림 대신 우연과 호감이 쌓여 사랑으로 발전하며, 불혹의 나이지만 여전히 사랑 앞에 유치해진다. 치아키와 와헤이는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사랑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험하면서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좌충우돌하면서 열린 관계를 유지한다.

드라마 시청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드라마 주인공의 나이도 많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 드라마가 중년 여성에게 잘생긴 연하남이 대뜸 들이대는 식의 판타지를 그리는 반면 ‘최후…’는 좀 더 현실적인 중년의 사랑과 고민을 담아낸다. ‘실용성’으로 따지자면 후자가 단연 우위일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중년#일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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