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무단 양도…현지 경찰에 연행 방송사들 카드 불법 양도 사실상 빈번 시청률 집착 심각성 인식못해 큰 문제
브라질 월드컵 취재를 갔던 KBS 기자가 FIFA(국제축구연맹)가 발급한 AD카드(Autograph Document)를 부정 사용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연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로 KBS는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BS 기자는 21일(현지시간) 한국과 알제리전이 열린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AD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건넨 사실이 적발돼 현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KBS 측은 23일 “AD카드가 워낙 적게 발급돼 불가피하게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FIFA에는 이미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 기자는 자사의 후배 PD에게 AD카드를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자사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 관계자에게 건넸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AD카드를 임의로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당사자를 포함해 해당 미디어도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27일 한국과 벨기에전이 예정된 상태에서 취재와 중계에 페널티를 받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KBS는 “아직 FIFA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AD카드의 무분별한 양도가 비단 KBS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 등 AD카드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 행사에서 취재진과 예능·교양프로그램 제작진의 AD카드 ‘돌려쓰기’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운이 없어 KBS 기자가 적발된 것일뿐, 그동안 AD카드 무단 양도는 빈번했다”고 밝혔다. 방송사마다 발급 받는 AD카드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미처 받지 못했을 경우 동료의 것을 빌려 경기장 안팎을 출입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는 것이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현지에 간 만큼 많은 화면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는 욕심과 시청률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AD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경기 티켓만을 구입해 캠코더로 경기장과 응원단의 모습을 찍어 방송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월드컵을 취재하고 있는 한 언론사 기자는 “현지에 이 사건이 보도된 후 미디어센터 및 경기장 출입 때 보안요원들이 취재진의 AD카드와 얼굴을 더욱 꼼꼼히 확인하는 등 보안이 훨씬 강화됐다. FIFA 규정 자체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한국 취재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걱정된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CLIP. 노홍철 그라운드 출입 어떻게 했을까?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멤버 노홍철은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러시아전이 시작되기 전 그라운드를 밟았다. 당시 노홍철은 바로 ‘코 앞’에서 몸을 풀고 있는 대표팀의 모습을 소형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았고, 이 과정은 21일 오후 방송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사진이나 카메라 등 중계석 출입만 가능한 그라운드에 어떻게 노홍철의 출입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일까. 각 방송사들은 빠르면 1년 전부터 FIFA(국제축구연맹) 측에 AD카드를 신청해 발급받는다. 물론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급한다. AD카드는 취재권과 중계권이 포함된, 일종의 출입증이다. AD카드가 있어야만 경기장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 노홍철은 MBC가 비용을 더 추가한 필드(Field)카드까지 발급 받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