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용의 눈물’(1996~1998년)을 비롯해 많은 사극 속의 이성계는 늘 근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의 모습으로만 그려졌다. 하지만 6월29일 종영한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 속 이성계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 속에서도 인간미와 덕을 갖춘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유동근(58)은 ‘정도전’의 이성계 역으로 출연을 결정하면서 ‘김무생표 이성계’와 ‘유동근표 이방원’을 동시에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는 “이성계하면 ‘용의 눈물’의 김무생 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나. 이성계의 이야기를 ‘동북면 촌뜨기’ 시절부터 그리며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 것은 정현민 작가의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가문의 영광’으로 코미디 연기도 해보고, 그동안 이미지 변신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했는데 ‘유동근=이방원’을 깨기가 쉽지 않더라. 16년 만에 그걸 바꿔 준 사람이 강병택 PD와 정현민 작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유동근은 또 ‘용의 눈물’ 출연 당시 조연출이었던 강 PD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하면서 “감독으로서의 리더십에 놀랐고, 배우와 작업 과정을 공유할 줄 아는 유연성에 또 한번 놀랐다”고 평가했다.
유동근 표 이성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특히 처음 도전하는 함경도 사투리는 낯설고 입에 잘 붙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성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함경도 사투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동근은 “제작진에게 부탁해 탈북자 출신의 교수에게 사투리 지도를 받았다. 그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촌뜨기 이성계는 탄생하지 못했다. 그 외에도 역사 속 이성계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할 수 있도록 의상팀과 미술팀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도전’은 사극을 좋아하는 중년층 시청자들의지지 외에도 20~30대 젊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유동근 역시 아들,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사극이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주말에 아이들과 ‘정도전’을 함께 보고는 했다. 아무래도 역사적인 지식이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다보니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기도 했는데 마치 그 시간만큼은 내가 역사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유동근은 ‘정도전’을 끝내고 휴식기 없이 곧바로 KBS 2TV 새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 출연을 결정했다. ‘정도전’에 이어 또 한번 KBS의 주말극을 책임지게 됐다.
‘정도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한 유동근은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는 삼남매를 위해 헌신하는 ‘자식바보’ 아빠 차봉순 역을 연기한다.
유동근은 “‘구가의 서’ 때 강은경 작가와 작업을 했는데 그 느낌이 좋아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됐다”면서 “젊었을 때는 멋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지금은 나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생겼고, 나이가 드니까 여유가 생기더라. 그래서 어떤 캐릭터들보다 아버지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다”면서 새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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