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반격의 서막’ 같은 영화는 소개하기가 애매하다. 일단 반전을 기대할 수 없다. 1968년 원작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미 물에 잠긴 자유의 여신상까지 본 터. 그 프리퀄(전편보다 앞선 이야기)인 2011년 작 ‘진화의 시작’에서 이어진 내용이니…. 그래, 원숭이들이 갑이다.
인류를 재앙에 빠뜨린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10년. 그간 유인원(ape)들은 집단사회를 건설했다. 1편에서 그들을 이끌고 숲으로 향했던 주인공 시저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하지만 평화롭던 유인원 사회는 2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인간들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끝장난 줄 알았던 인류가 일부나마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살아남았던 것. 삶을 재건하고 싶은 그들에겐 전기가 필요하고, 유인원이 지배하는 산속의 댐이 유일한 희망이다.
4년 만에 돌아온 혹성탈출은 스케일 자체가 확 달라졌다. 인간 틈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던 유인원들이 이젠 독자적인 거대 세력을 구축했다. 이제 대등한 입장의 ‘사회 대 사회’가 부딪치니, 말 그대로 문명의 충돌이자 전쟁이다. 하지만 영화는 인류와 유인원의 투쟁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생존 자체가 급선무인 인류보다 원시 수준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유인원의 진화가 중심 얼개다. 생존 앞에 일치단결했던 유인원들이 이젠 분열과 갈등을 겪으며 역사를 건설하는 과정에 들어서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시저의 한마디는 뜨끔할 정도로 전율스럽다.
“난 항상 유인원이 인간보다 나은 존재라 여겼어. 그런데 우린 인간과 너무나 닮았어.”
최소한 이 영화에선 ‘에이프(ape)’를 ‘유인원(類人猿)’이라고 해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그들의 눈에 인간은 ‘에이프를 닮은 동물들’일 뿐이다. 언젠간 나올 3편에선 정말 감정적으론 불편한 ‘인류의 종말’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참, 혹성탈출은 원래 16일로 예정됐던 개봉 날짜를 10일로 앞당겼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선 변칙 개봉이라며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흠, ‘신뢰’를 금쪽처럼 여기는 시저는 이런 상황 마뜩지 않을 텐데.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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