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봉한 영화 ‘소녀괴담’은 ‘여고괴담’(1998년)의 DNA를 물려받았다. 제목이나 설정도 그렇고 오마주다 싶은 장면도 눈에 띈다. ‘학원 공포물’의 계보를 제대로 이었다.
흥행도 괜찮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약 34만 명이 관람했다. 여고괴담이 그해 한국영화 흥행 2위(150만여 명)였던 수준은 아니라도, 대작 틈바구니에서 나름 선전. 여고생 귀신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월계관을 내려놓지 않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과 같은 나이대인 여고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여고괴담이 개봉했을 때 고2였던 주부 이성혜 씨(34)와 고3이던 전문직 여성 A 씨(35),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소녀괴담을 본 여고 1학년생(16) 2명을 만났다.
△이 씨=여고괴담이 학교 현실을 반영했다? 꽥꽥 소리 지른 기억뿐인데…. 나중에 그런 면도 있구나 알게 됐지. 공포영화 보며 뭘 찾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일단 무서워야지.
△여고생 B 양=헐, 대박(이 말을 거의 문장마다 사용). 시간 때우려 봤어요. 별 ‘쇽(쇼킹)’하지도 않던데. 그냥, 강하늘 짱! 김정태는 쩔어요(웃겼단 뜻이라고). 하긴 왕따는 어디나 있죠. 근데 고딩은 아니고 초딩, 중딩 때 난리죠. 지금은 서로 관심 없고 바쁘니까. 서너 명씩 베프(가장 친한 친구) 먹고, 딴 애들은 띄엄띄엄 보죠. 서로가 따 시킨다고나 할까.
△A 씨=여고괴담엔 변태 선생 나오잖아. 어느 학교나 1명씩 있었어. 우린 체육선생. 애들 지각하면 양동이에 물 떠와선 양말 벗고 발 씻으라 그랬어. 그걸 지긋이 바라보는 거야. 아, 지금 생각해도 짜증난다. 옆 학교엔 그렇게 허리 꼬집는 선생이 있었대.
△여고생 C 양=헐, 대박. 그걸 왜 참아요? 폰카로 찍어 웹에 올려버리지. 요즘엔 그런 쌤 없는 듯. 물론 찌질 쌤은 있는데, 안 엉키면 됨. 그래도 예쁘면 좀 대접받죠. 대신 조심해야 돼요. 나대면 일진들이 밟거든.
△이 씨=그땐 참는 게 당연한 줄 알았지. 학생주임도 꼭 자는 애 깨울 때 손등으로 뺨을 쓰윽 비볐어. 여고괴담에서 귓불 만지는 장면에서 그 선생이 떠올랐어. 대신 우리 땐 왕따는 심하지 않았지. 없진 않고, 너무 잘난 척하면 반에서 은근히 따돌림 당했지.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철없었네.
△C 양=영화처럼 여자 일진이 남자애 때리고, 남짱이 여학생 빵셔틀 괴롭히는 건 어색해요. 교실에선 남자 여자는 서로 안 건드려요. 급 떨어지게…. 재수 없게 구는 남짱 여친은 있어요. 칠판에 ‘누구누구 잤다’고 쓰는 거? 어유, 애들인가.
△이 씨=공학 다녔는데, 학교 커플은 그때도 있었지. 근데 상급생 오빠랑 사귀는 경우가 많았어. 대학생 만나는 애들도 드문드문 있었고.
△A 씨=성적, 가정형편이 잣대인 분위기는 확실히 있었어. 그건 여고괴담이 잘 담았어. 그때 그래서 어디 단체가 항의도 했을걸.(한국교총이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뭐가 바뀐 거 같진 않은데.
△C 양=지금도 비슷하죠. 누구네 집 딸내미는 쌤도 터치 못함. 빽이 짱이죠. 글고 얘(B 양)는 강하늘 좋다는데, 영화처럼 귀신 보는 애라면 깨요. 어릴 땐 분신사바니 뭐니 유행했지만. 빨간 마스크도 언제 적 얘긴데, 요샌 동네 아저씨가 더 무서워.
△B 양=근데 왜 공포영화 보냐구요? 여름에 쌩하잖아요. 그럼, 배트맨은요? 초인이나 귀신이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