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나 한국 드라마를 보며 TV 드라마에는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만 나올 수 있는 건지 의아해한 적이 있다면? 영국으로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상상 이상으로 넉넉한 외모의 여자 배우와 미남이라고 부르기 상당히 어려운 남자 배우를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라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와 시트콤 ‘미란다’. 올봄 시즌2를 마친 ‘마이…’의 주인공인 10대 소녀 레이는 몸무게가 104kg이다. 드라마는 레이가 폭식과 자해로 정신병원에 4개월 동안 입원했다 퇴원하면서 시작한다. 록 음악을 좋아하고 욕설과 음담패설에 능숙한 레이는 겉으로는 ‘쿨’해 보여도 내면은 약하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원작자의 실제 10대 시절 일기에 바탕을 두고 있어 실화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10대 시절 했을 법한 고민이 묻어난다. 퇴원한 뒤에도 레이는 엄마와 늘 말다툼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한다. 그토록 염원하던 남자친구가 생긴 뒤에도 ‘이렇게 멋진 애가 왜 날 좋아하지’라는 생각에 시달린다.
만약 레이가 좀 더 유쾌하게 성장해 30대가 됐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것이 바로 영국의 인기 시트콤 ‘미란다’의 주인공이다. 미란다의 키는 무려 185cm. 여성스럽고 화려한 옷을 입으면 여장 남자로 오해받고, 우편집배원에게 ‘선생님(Sir)’이라고 불리는 수모를 감내해야 한다. 주인공이자 각본까지 맡은 배우 미란다 하트가 실제 자신이 겪은 일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구들에게 ‘퀸콩’(‘킹콩’에서 따온 별명)으로 불리며 놀림 받았던 10대 시절을 보냈지만 미란다의 세상은 늘 폭소가 터진다. 수시로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바지가 벗겨지는 ‘몸 개그’가 난무한다.
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뚱뚱하든, 키가 크든, 정신병을 앓았든, 성격이 4차원이든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행복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조금 더 웃을 자격이 있다.”(시즌1 마지막 회 레이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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