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민식 류승룡이 주연한 영화 ‘명량’(30일 개봉)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단순한 작품이다. 조선 선조 30년(1597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전남 진도 앞바다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대첩’에 오롯이 초점을 맞췄다. 해상전투신만 1시간이 넘는 대작 전쟁영화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군도’를 본 뒤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던 정양환 기자와 구가인 기자는 ‘명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구=아, 관전평 하기 너무 조심스러워. 영 충무공을 디스하는(깎아내리는) 것 같아 부담스럽네.
▽정=작품이 잘 나왔잖아. 기대했던 만큼 스펙터클이 화면을 꽉꽉 채워주던걸.
▽구=음, 난 기대치도 딱히 높지는…. 경쟁작에 하정우 강동원(군도), 김남길(해적), 박유천(해무)이 쏟아지는데 최민식 류승룡 아저씨한테 크게 맘이 가진 않았어.
▽정=뭔 소리야. 좌중을 압도하는 두 양반 눈빛이 가슴을 후벼 파잖아. 류승룡의 스모키 화장이 좀 과하긴 했지만.
▽구=연기 잘하는 배우들인 건 인정. 그 큰 스크린에 얼굴이 정면 클로즈업되는데도 흡인력이 상당했어. 하지만 영화적인 측면에서 매력 있는 캐릭터는 아님.
▽정=네, 이놈! 감히 장군을 욕보이려 드느냐. 나라 위해 초개같이 한 몸을 던지는 공의 충정을….
▽구=남자들은 꼭 이러더라. 또 영웅본색 보고 성냥 입에 물었네. 다양한 갈등을 보여주는 입체적 인물 묘사는 아니었단 얘기죠. 위대한 리더인 건 틀림없으나, 21세기 관점에서 보면 부하들과의 소통도 부족하고.
▽정=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긴 하지. 온 국민이 존경하는 ‘안티 없는’ 위인이니 함부로 덧칠하기 어려웠을 거야. 그래도 죽은 부하 원혼에게 “내 술 한 잔 받으시게” 하던 장면은 잊혀지질 않아. 아, 저 비장감은 최민식 아니면 누구도 안 되겠구나 했어.
▽구=그 묵직함이 관객에겐 불편할 수 있어. 2시간 내내 어깨를 짓누르잖아. 팝콘 씹거나 음료수 빨았다간 혼날 것 같은 느낌?
▽정=그 넘치는 박력이 얼마나 근사해. 150인조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배경음악에 가슴이 쿵쾅거리잖아.
▽구=스피커 찢어지겠더라. 뒤에 나오는 전쟁신은 좋았어. 1시간이 넘는데도 지루한 줄 몰랐으니까.
▽정=그 정도가 아니야. 감히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전쟁신이라 부르리다. 노 젓는 나무배 싸움을 속도감 넘치는 공중전처럼 만들어낸 제작진에 경배를!
▽구=오히려 이 전투에서 민초를 제대로 살린 게 미덕이라고 봐. 배 밑에서 노를 저으며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백성들의 손바닥은 찌릿찌릿했어. 다만 시종일관 어디서 애국가가 들리는 분위기는 좀….
▽정=월드컵 본선 진출 마지막 티켓 놓고 일본과 맞닥뜨린 기분은 들더라.
▽구=이순신이란 거대한 태양에 가려 다른 별은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쉬웠어. 특히 류승룡이 맡은 구루지마는 이순신에 비해 매력이 떨어져. 우리 편이라고 이순신만 너무 편애한 것 같아.
▽정=어쩔 수 없지. 류현진이 마운드에 섰는데 상대 타자 홈런 나오길 기다리나. 다들 적절하게 선을 지켰다고 봐.
▽구=돌직구만 던져대니 다음 공이 뻔히 보이는 것도 약점. 하긴 명량대첩 결말을 세상이 다 아는데 반전이 있을 수 있나.
▽정=그렇기에 정답은 정공법이 아닐까. 곁눈질하지 않고 그냥 직진하잖아.
▼영화평론가 한 줄 평과 별점▼ (★ 다섯 개 만점) 강유정 굴욕의 미학, 치욕의 카타르시스 ★★★☆
김봉석 긴장감이 끊길 새 없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
정지욱 해상전투신은 백미. 그 이상, 이하도 없었다 ★★★☆ 이해리(스포츠동아 기자) 압도적 최민식과 느슨한 류승룡의 불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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