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개국을 앞둔 시기, 명 황제가 하사한 국새를 고래가 삼켜버린다. 국새를 잃어버린 조정은 혼란에 빠지고, 고래 사냥을 위해 해적은 물론이고 산적까지 바다로 몰려든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해적’은 국새를 찾기 위해 해적과 산적, 개국세력이 얽혀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오락 영화다. ‘댄싱퀸’의 이석훈 감독과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뭉친 ‘해적’의 승부처는 웃음. 김남길이 오합지졸 산적을 이끄는 두목 장사정 역을, 손예진이 바다를 호령하는 해적단의 여두목 여월 역을 맡았다.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을 꿈꾸는 이 영화에 대한 정양환, 구가인 기자의 반응은 ‘명량’에 이어 이번에도 갈렸다.
▽정=애들 손잡고 가서 보기 딱이야. 올여름 스크린 대첩을 벌이는 4편 중에서 유일한 12세 관람가인데 이는 분명 강점이지.
▽구=애들 수준 무시하는 거 아니유? 너무 웃기려다 보니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던데.
▽정=웃자고 만든 영화에 정색하고 달려들지 마셔. 생각 없이 보기 딱 좋은 영화잖아. 보다가 자주 낄낄거렸어.
▽구=이야기 욕심이 너무 커. 그냥 국새만 찾으면 될 텐데, 이성계 정도전까지 나오고 역사 뒤틀기까지 시도하니 산만해. 심지어 영화 막바지 장사정 여월의 로맨스는 황당했어. 왜 꼭 남녀 주인공은 사랑해야 하는 것인가!
▽정=김남길 손예진이 나왔는데 야릇한 감정신도 안 보여주면 얼마나 아쉽냐. 게다가 조연진도 빵빵하니 이야기가 다채로울 수밖에. 유해진 이경영 오달수 김태우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에고, 숨차. f(x) 설리도 나와!
▽구=그래, 유해진은 정말 빵 터졌어. 예상 가능한 유머 코드인데도 웃긴단 말이지.
▽정=굵직한 조연들이 많은데 배우의 매력을 다 살리진 못한 듯. 특히 오달수 아저씨가 아쉬웠어. 그 양반 나와서 안 웃기기도 힘든데.
▽구=어디서 본 듯한 설정,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 많아.
▽정=우위썬(오우삼) 감독 오마주 같은 장면도 보이더라. 의상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의식한 것 같아. 여말선초가 아무리 화려한 시대였대도 출연진이 너무 서양 해적 같아서 불편했어.
▽구=근데 김남길은 조니 뎁 닮은 거 같지 않아?
▽정=뜬금없이 외모 칭찬은. 하여간 잘생기면 너그럽더라. 오히려 손예진이 역시나 싶더구먼. 첫 사극에 첫 액션영환데 어색하지 않았어. 해적 여두목도 은근히 잘 어울리던데. 키라 나이틀리 생각도 나고.
▽구=외모 따지는 게 누군지 모르겠네. 무슨 해적이 그렇게 메이크업과 헤어가 자주 바뀌나. 두목은 코디도 있는 건가? 부하들은 짐승 같은데 혼자만 말갛다니! 또 다른 주인공인 고래는 어땠어? 제작비(130억 원) 상당 부분을 고래님 컴퓨터그래픽(CG)에 투자했단 소문이 돌았는데.
▽정=기대보단 ‘눈빛 연기’가 꽝이더라(웃음). 고래는 둘째 치고 거대한 물레방아 바퀴나 폭발 신은 살짝 닭살 돋았어. ‘명량’ 해상 전투를 봐서 그런가. 영 성에 안 차.
▽구=액션 장면은 그만하면 합격점. 그럭저럭 속도감도 있고. 칼싸움도 하고 화살도 쏘고, 포도 팡팡 터지고.
▽정=액션만큼은 ‘군도: 민란의 시대’나 ‘명량’보다 약한 듯.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 ‘해적’은 무더운 여름날 아이 데리고 가족끼리 극장 가서 시원하게 웃다 나오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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