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깜직한 원더걸스의 모습은 잊어라. 성숙한 여인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예은이 첫 번째 솔로앨범에 풍부한 감성을 담아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첫 솔로앨범 낸 원더걸스 ‘핫펠트’ 예은
어두운 감성으로 록·힙합·EDM 등 담아 박진영 ‘대중성’ 조언 대신 ‘나만의 음악’ “진짜 느낌” 전인권 선배님 평가에 울컥 후회없는 앨범 목표 이룬것 같아 기뻐요
예은은 원더걸스 오디션 합격 이후 한 달도 안돼 데뷔했다. 6년간 연습생 기간을 보낸 선예에 비하면 ‘초고속 데뷔’의 행운을 누린 것 같지만, 연습기간이 없었던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기본기가 없어 많이 혼나기 일쑤”였고, “진한 솔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원더걸스와 음악적 방향도 달랐다. 몸에 배지 않은 춤 동작을 익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2년 ‘원더 파티’까지 5년간 원더걸스로 활동하는 동안 예은은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2008년 ‘노바디’가 수록된 음반부터 자작곡을 실어온 예은은 유일하게 자작곡을 담는 멤버였다. 그리고 ‘핫펠트’(heartfelt)란 예명으로 7월31일 첫 솔로앨범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번 첫 솔로앨범에 수록된 7곡도 모두 자작곡이다. 오롯이 자신의 감성으로만 만든 노래로 ‘아티스트 핫펠트’로서 자기소개를 하는 셈이다. 앨범 제목을 ‘미?’(Me?)로 한 것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설명이다.
“원더걸스로 데뷔 했을 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다. 어렸고, 준비도 안 돼 있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욕심은 많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잘 몰랐다. 지금은 나 자신을 많이 알아가고 있고, 그때보다는 많이 준비가 된 것 같다. 음악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성장한 것 같다.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은 자신감도 있고, 적어도 내게 ‘수고했다’ 말해 줄 수 있다.”
원더걸스 활동 중단 후 뮤지컬, 드라마에 출연하던 예은은 “솔로앨범을 준비하라”는 박진영의 말에 작년 말부터 곡 작업에 착수했다. 애초 박진영은 ‘한국의 비욘세’를 주문했지만, 예은이 어둡고 진한 감성의 곡을 만들자 ‘한국의 로린 힐’이라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예은은 자신의 고집대로 음악을 만들었고 ‘한국의 라나 델 레이’로 불린다. “대중성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박진영의 의견은 결과적으로 무시됐다.
그동안 발라드, 힙합,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원더걸스 앨범에 담아온 예은은 첫 솔로앨범에는 무겁고 어두운 감성의 틀 안에서 록과 힙합, EDM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타이틀곡은 ‘에인트 노바디’. 무대에서는 현대무용으로 노래에 담긴 슬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주위에선 솔로 댄스가수 아니면 어쿠스틱 음악일 것이라 예상하더라. 틀에 박힌, 뻔히 예상되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의 선입견을 깨는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
원더걸스가 인기 절정의 시기에 갑작스럽게 미국에 진출하면서 잃은 게 많아 보이지만 예은은 “미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았다. 곡도 많이 썼고. 지금의 음악적 방향성을 찾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이란 뜻으로 지은 ‘핫펠트’란 예명은 2011년 작곡가로서 쓰던 필명이다. 데뷔 전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가 되자’란 문구를 머리맡에 붙여놓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다.
예은은 앨범 발표 하루 수록 사진을 보며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를 다녀간 전인권은 예은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