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여행 다큐멘터리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유명 축구선수 이름을 임의로 붙이는 황당한 일을 벌여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9일 방송된 ‘교황 방한 기념 특별기획-천국으로 가는 열쇠, 로마·바티칸 편’에 등장한 이탈리아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이름이 모두 유명 축구선수들의 이름과 똑같은 데 대해 시청자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바티칸 공보 담당으로 소개된 안드레아 피를로, 호수에서 만난 현지인은 잔루이지 부폰, 교황 여름 별장 관리자는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길을 걷다가 마주친 관광객은 모르간 데 산치스 등으로 소개됐다. 이밖에 니콜라 레그로탈리에, 다니엘레 갈로파 등의 축구선수 이름도 등장했다.
안드레아 피를로 등 앞선 3명은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 소속이고, 모르간 데 산치스는 AS로마 소속 골키퍼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 등에는 대중을 기만하려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10일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함형진 교양문화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프로그램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했다.
함 국장은 “외주제작사에 경위를 파악한 결과, 담당 PD가 현지 취재 중 인터뷰한 분들의 명단이 담긴 메모지를 분실하고 급히 제작을 하느라 이 같은 사고를 빚게 됐다”면서 “외주제작사는 담당 PD를 즉각 징계조치했고, KBS도 해당 외주제작사에 대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금지 조치를 취했다. 또한 프로그램 외주제작 검수를 소홀히 한 내부 책임자에 대해서 사규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차후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