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에서 닥터 역을 맡은 피터 카팔디(오른쪽)와 클라라 역을 맡은 제나 콜먼이 9일 한국을 찾았다(위쪽 사진). 팬들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로 분장하고 닥터의 무기 소닉 스크루드라이버를 가져오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벤트를 즐겼다. BBC 월드와이드·김효석 씨 제공
BBC 드라마 ‘닥터후’의 팬 이벤트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컨벤션센터는 닥터가 불시착한 외계 행성을 연상시켰다. ‘닥터후’ 홍보 포스터가 붙은 기둥 앞에선 붉은색 모자와 목도리, 나비넥타이로 지난 시즌 닥터의 복장을 따라 한 팬이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닥터의 우주선 타디스를 표현한 다른 팬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 옆에서 둥근 헬멧에 긴 노즐을 달아 드라마 속 외계인 달렉을 그대로 재현한 소품을 한 남성 팬이 꺼내자 주변에서 탄성이 터졌다.
닥터의 무기인 ‘소닉 스크루드라이버’를 들고 연신 특유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던 최태웅 씨(19)는 “오전 5시부터 공항에 가서 닥터와 클라라가 입국하길 기다렸다. 사인도 받았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수염을 붙이고 아이라인을 그려 닥터의 적 중 한 명인 마스터 분장을 한 정하늘 씨(24)는 “이렇게 팬들끼리 모인다는 사실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닥터후’ 시즌8 방영을 앞두고 열린 것으로 런던, 시드니 등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유일하다.
닥터후는 1963년 처음 방영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SF 드라마다. 닥터후 팬들을 가리키는 ‘후비안’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전 세계에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당초 팬 미팅을 영화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장소가 좁다”는 팬들의 항의에 변경됐다. 1000여 장의 무료 입장권은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동났다.
팬 미팅 전 만난 닥터 역의 피터 카팔디(56)와 여주인공 클라라 역의 제나 콜먼(28)은 한국 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들은 “팬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반겨줘 우리가 마치 비틀스의 멤버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카팔디는 이번 시즌에 새로 등장하는 닥터다. 극중 닥터는 수명이 다하면 죽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몸과 인격으로 다시 태어나는 ‘재생성’을 한다. 카팔디는 1963년 이래 12번째로 닥터 역을 맡았다.
“제작진에게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20분 넘게 그저 웃기만 했어요. 제가 닥터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카팔디)
어릴 때부터 닥터후를 봐왔다는 카팔디는 “10대 때 닥터후 제작진에게 팬레터를 보내 닥터후의 실제 대본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게 내가 처음 만져본 진짜 대본이었고 그 무렵부터 배우의 꿈을 꿨다”고 했다.
“이전 시즌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추격 장면이 많아요. 심지어는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촬영했어요. 촬영 내내 아홉 살 소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두 배우는 새로운 닥터가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은 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성격이 급하고 호기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즌 7부터 클라라 역을 맡은 콜먼은 “카팔디는 중후한 외모지만 소년 같은 눈빛을 지녀서 이런 역할에 딱 맞다”고 했다.
이날 팬 미팅 참석자에게만 공개된 첫 번째 에피소드 ‘딥 브레스(깊은 숨)’에서는 산업혁명 시대의 런던 한복판에 공룡이 나타나는 등 닥터후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팬들은 닥터후의 주제가가 나오자 큰 소리로 환호하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50년이 넘도록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닥터후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드라마다. 갈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무한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소진될 수 없다. 닥터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콜먼)
“일상에서 탈출해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괴물과 농담과 눈물과 웃음이 있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카팔디)
시즌8의 국내 첫 방영은 24일 오후 8시 반 BBC엔터테인먼트 채널에서 이뤄진다.
:: 닥터후 ::
올해 51주년을 맞은 SF 드라마로 외계인인 타임로드 종족 닥터와 그의 동료가 함께 공중전화박스 모양의 우주선 타디스를 타고 전 은하와 시간대로 시공간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방영이 중단됐다 2005년 시즌1이라는 이름을 달고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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