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시작한 tvN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 이은 세 번째 '꽃보다…' 시리즈다. 전작과의 차이라면 40대 뮤지션 윤상 유희열 이적 팀과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손호준 바로 팀으로 나뉘어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사실 프로그램 컨셉트를 들었을 땐 '1990년대 우려먹기'의 반복 같았다. 윤상과 유희열, 이적은 '90년대의 오빠들'이었고, '응사'는 지난해 '90년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였으니까. 식상하다고 욕하면서도 '채널고정' 했던 것은 오빠들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90년대 그 오빠의 음악을 들었던 세대이며, 특히 '윤상님'의 팬이었다.
'팬심'을 배제하고 본 '꽃청춘'은 만듦새가 좋은 프로다. 과묵한 '꽃할배'와 왠지 서먹서먹해 보이는 '꽃누나'가 넘치는 자막과 편집의 힘으로 '케미(궁합)'를 가공했다면, 실제 20년 지기인 꽃청춘의 40대 아저씨들은 애초에 케미가 넘쳤다. 끊임없는 아줌마 수다에 '내가 XX형 음악은 안 듣잖아' '난 XXX가 XX인거 원래 알고 있었어'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솔직 뒷담화(XX가 누구인지 미치도록 궁금했다)가 어우러졌고 전작과 여행기간은 비슷하면서도 회차는 절반(8부 → 4부)으로 줄어 흐름이 빨라졌다.
그러나 팬심을 더해 보면 이 프로는 단순한 재미 이상이다. 여행기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그 오빠의 숨은 사연이었다. 예민한 '온실형 화초'인건 알았지만 첫 회에서 불안한 '응가 시스템' 때문에 숙소를 잡는 데 까탈을 부리는 윤상을 보면서 늙수그레해졌으나 여전히 철없는 첫사랑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긴 했지.")
물론 영리한 꽃청춘 제작진은 그 다음 회에 바로 오해를 풀어줬다.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윤상은 최근 우울증 치료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 우아해 보기이만 했던 그의 고백에 '짠'한 마음이 든 것은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오빠도 늙었구나….")
나이가 든다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순환을 위해 침대에 누우면 발끝 치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소년성'을 간직한 아저씨들은 (팬심 없이 보더라도) 그 나름의 귀여운 맛이 있다. "청춘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오빠들의 다음 행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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