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같던 ‘명량’ 박스오피스 1위서 끌어내린 주인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15시 13분


"이번 작품은 개인적 연기 욕심은 내려놓고 찍었어요. 대신 모두가 온몸으로 고생하며 빚어낸 동지애를 관객들이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손예진)

"어깨에 힘을 짝 빼고 신나게 촬영했습니다. 주인공 한두 명이 이끌기보단 모두의 '합'이 어우러진 게 강점이었죠."(김남길)

또 다른 승자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었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올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대전에서 최약체로 꼽혔으나, 재밌고 유쾌하단 입소문을 타며 관객을 모았다. 난공불락 같던 '명량'을 22일 박스오피스 1위에서 끌어내리더니 25일엔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했다.

격전을 치른 탓일까. 주인공 손예진과 김남길은 왠지 동원훈련 온 '예비군' 같았다. 외모야 끝내주게 멋지지만, 치열한 시간 뒤 이젠 좀 느슨하고 껄렁해진 분위기랄까. 꽤나 진지한 손예진이 액션연기 소감을 혹한기 훈련 고생담마냥 털어놓는 '술자리 복학생'이라면, 유쾌한 김남길은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졸업반 복학생' 같았다.

- 화려한 액션신이 큰 분량을 차지하는 영화다.

▽손=찍는 내내 다신 액션영화 안 할 거라 수백 번 다짐했다. 이전에도 한두 번 와이어 타보긴 했지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근데 끝나니 묘한 희열이 몰려왔다. 아, 이 맛에 하나보다 싶은?

▽김=에이, 괜한 엄살이다. 잘만 하더구먼. 개인적으로 액션을 사랑한다. 액션감독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같이 해 호흡도 좋았다. '해적…'에선 창을 다루는 장면에 애착이 컸다. 액션 하나도 이전 작품과 다른,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 어드벤처 코믹물을 찍은 소감은.

▽김=진지한 역을 주로 했는데, 이런 '허당'이 원래 성격에 맞다. 제대하고 처음 찍은 드라마 '상어'는 힘이 들어가 억지스러웠다.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 이번엔 다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했다. 연기 잘하는 선배가 많아 자연스레 녹아드는데 중점을 뒀다.

▽손=여성 해적 두목이란 역이 맘에 들었다.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 아닌가. 이런 대작은 도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도전도 안 해보고 스스로 연기 폭을 제한하긴 싫었다.

- 고생한 만큼 결과에도 만족하나.

▽손=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매번 아쉽고 반성한다. 하지만 해적은 온 가족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것저것 욕심내면 배가 산으로 갔을 것이다. 우린 최소한 산에서 바다로 간 영화 아닌가.

▽김=한국영화 대작이 쏟아져 비교가 많이 됐다. 우리가 최약체로 꼽혔던 것도 안다. 하지만 부담 없이 맘 편하게 볼 수 있단 매력을 지녔다. 이경영 선배와도 얘기했지만, 경쟁심보단 다 같이 관객을 위해 풍성하고 행복한 여름 식탁을 차렸다는 동료의식을 느낀다.

- 상어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손=그만 봐야지, 지겹다.(웃음) 우리가 편했던 만큼 관객들도 편안하게 봐줬기를 바란다.

▽김=손예진이란 좋은 배우와 연기하는 건 행복하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많이 미안해하겠지?

-흥행할 거란 자신감이 있었나.

▽김=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왠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다 함께 버무려낸 왁자지껄함이 화면에 그대로 전해졌다.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단 기대도 크다.

▽손=언제나 작품이 나오고 나면 걱정이 많은 편이다. 다만 이번엔 누군가 혼자 이끌기보단 다 함께 이만큼 끌고 왔다는 뿌듯함이 있다. 흥행이야 관객과 하늘이 정해주는 거니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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