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내려놓고… 팀워크로 똘똘 뭉쳐 찍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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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1위 오르며 관객 600만 돌파 ‘해적’의 손예진-김남길



여자 해적 두목 여월로 나오는 손예진. “내 안의 익숙한 여성성이 나올까봐 걱정돼 눈에 힘을 주고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더니 영화에선 특유의 눈웃음을 볼 수 없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자 해적 두목 여월로 나오는 손예진. “내 안의 익숙한 여성성이 나올까봐 걱정돼 눈에 힘을 주고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더니 영화에선 특유의 눈웃음을 볼 수 없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번 작품은 개인적인 연기 욕심은 내려놓고 찍었어요. 그 대신 모두가 온몸으로 고생하며 빚어낸 동지애를 관객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손예진)

어리바리한 산적단 두목 ‘장사정’을 연기한 김남길.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 분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산에 고립된 산적이어서 스타일리시한 부분은 생략했다”고 반박했다.
어리바리한 산적단 두목 ‘장사정’을 연기한 김남길.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 분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산에 고립된 산적이어서 스타일리시한 부분은 생략했다”고 반박했다.
“어깨에 힘을 쫙 빼고 신나게 촬영했습니다. 주인공 한두 명이 이끌기보단 모두의 ‘합’이 어우러진 게 강점이었죠.”(김남길)

또 다른 승자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었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대전에서 최약체로 꼽혔으나, 재밌고 유쾌하단 입소문을 타며 관객을 모았다. 난공불락 같던 ‘명량’을 22일 박스오피스 1위에서 끌어내리더니 25일엔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격전을 치른 탓일까. 주인공 손예진과 김남길은 왠지 동원훈련 온 ‘예비군’ 같았다. 외모야 끝내주게 멋지지만, 치열한 시간 뒤 이젠 좀 느슨하고 껄렁해진 분위기랄까. 꽤나 진지한 손예진이 액션연기 소감을 혹한기 훈련 고생담처럼 털어놓는 ‘술자리 복학생’이라면, 유쾌한 김남길은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졸업반 복학생’ 같았다.

―화려한 액션신이 큰 분량을 차지하는 영화다.

▽손=찍는 내내 다신 액션영화 안 할 거라 수백 번 다짐했다. 이전에도 한두 번 와이어를 타보긴 했지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근데 끝나니 묘한 희열이 몰려왔다. 아, 이 맛에 하나 보다 싶은?

▽김=에이, 괜한 엄살이다. 잘만 하더구먼. 개인적으로 액션을 사랑한다. 액션감독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같이 해 호흡도 좋았다. ‘해적…’에선 창을 다루는 장면에 애착이 컸다. 액션 하나도 이전 작품과 다른,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어드벤처 코믹물을 찍은 소감은….

▽김=진지한 역을 주로 했는데, 이런 ‘허당’이 원래 성격에 맞다. 제대하고 처음 찍은 드라마 ‘상어’는 힘이 들어가 억지스러웠다. 나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 이번엔 다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했다. 연기 잘하는 선배가 많아 자연스레 녹아드는 데 중점을 뒀다.

▽손=여성 해적 두목이란 역이 맘에 들었다.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캐릭터 아닌가. 이런 대작은 도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도전도 안 해보고 스스로 연기 폭을 제한하긴 싫었다.

―고생한 만큼 결과에도 만족하나.

▽손=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매번 아쉽고 반성한다. 하지만 해적은 온 가족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것저것 욕심내면 배가 산으로 갔을 것이다. 우린 최소한 산에서 바다로 간 영화 아닌가.

▽김=한국영화 대작이 쏟아져 비교가 많이 됐다. 우리가 최약체로 꼽혔던 것도 안다. 하지만 부담 없이 맘 편하게 볼 수 있단 매력을 지녔다. 이경영 선배와도 얘기했지만 경쟁심보단 다 같이 관객을 위해 풍성하고 행복한 여름 식탁을 차렸다는 동료의식을 느낀다.

―상어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손=그만 봐야지, 지겹다.(웃음) 우리가 편했던 만큼 관객들도 편안하게 봐줬기를 바란다.

▽김=손예진이란 좋은 배우와 연기하는 건 행복하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많이 미안해하겠지?

―흥행할 거란 자신감이 있었나.

▽김=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왠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다 함께 버무려낸 왁자지껄함이 화면에 그대로 전해졌다.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단 기대도 크다.

▽손=언제나 작품이 나오고 나면 걱정이 많은 편이다. 다만, 이번엔 누군가 혼자 이끌기보단 다 함께 이만큼 끌고 왔다는 뿌듯함이 있다. 흥행이야 관객과 하늘이 정해주는 거니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해적#손예진#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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