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여름 스크린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추석 대전’이 찾아왔다. 올해는 대체휴일로 최대 5일까지 연휴가 이어져 충무로의 기대지수가 더욱 올라간 상태. 극장가엔 한가위 차례상다운 푸짐한 영화가 차려졌다. 하지만 올해 상차림은 약간 밍밍하다. 공들여 차린 이에겐 미안하지만 가짓수가 부족하지는 않으나 살짝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정성도 모르고 투정만 일삼는 영화담당 정양환 구가인 기자가 젓가락 들고 깨작거려봤다.》
▽정양환 기자=일단 한국 영화부터.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과 이재용 감독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3일 같이 개봉하네.
▽구가인 기자=‘타짜-신의 손’은 전편의 주인공 고니(조승우)는 나오지 않지만 꽤 볼거리가 많아. 빵빵한 출연진에 오락성도 꽤 갖췄고.
▽정=정말? 솔직히 난 실망했는데. 전작의 쫀쫀함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타짜보단 사기꾼만 난무해. 어디 그 실력으로 돈 따겠어.
▽구=에이, 감독이 다르잖아. 강 감독은 ‘과속스캔들’ ‘써니’로 쉽고 편안한 코미디에 강해. 이번에도 ‘촌스러운’ 매력을 잘 살렸어. 자동차 추격 도중 나미의 ‘빙글빙글’이 나오는 설정이 딱 그 성향을 드러내는 듯.
▽정=도박은 쪼는 게 묘미건만. 누가 딸지 알고 치는 도박판만큼 뻔한 전개가 거슬려. 다만 유해진과 곽도원은 정말 끝내주더라.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볼수록 놀라워.
▽구=신세경 이하늬도 나쁘지 않아. 남성 관객에겐 ‘흐뭇한’ 노출도 있고. 하지만 주인공인 ‘빅뱅’의 최승현은 어투 고민을 좀 해야겠어. 가난한 시골 배달원이 부잣집 도련님 같은 뉘앙스라니. 1편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던 아귀(김윤석)도 아쉬웠어. 그 배우를 이렇게밖에 못 쓰다니.
▽정=주연들의 출중한 외모가 몰입을 방해한 면도 있었어. 하지만 그 점에선 ‘두근두근…’이 갑이야.
▽구=‘백퍼(100%)’ 동감. 근데 원작인 김애란 소설의 산뜻한 분위기를 살리긴 버거웠나봐. 게다가 강동원 송혜교가 생계에 허덕이는 부모? 뭘 해도 한가락씩 했을 얼굴인데 설득력 제로.
▽정=그래도 욕심을 덜어낸 건 큰 미덕이야. 너무 웃기려고도 울리려고도 하질 않았어. 특히 강동원은 이제껏 본 중에 가장 자연스러워. 경상도 사투리 덕도 봤겠지만. 송혜교도 욕이 차지던데. 어차피 둘 생김새는 배우 사이에서도 튀잖아.
▽구=김갑수의 연기 내공을 보는 기쁨이 컸어. 짧지만 강력해. 아역 아름이(조성목) 얘길 안 할 수 없네. 애한테 미안하지만 연기가 너무 정제된 느낌.
▽정=첫 연기에 분장만 하루 너덧 시간씩 했다더라. 토닥토닥 해줄 수밖에. 젠장, 다 어른들 탓이야!
▽구=참, 4일에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도 개봉하죠.
▽정=주위에 물어보면 신작인데도 평이 항상 같은 감독이 둘 있어. “영화 어땠어?” 하면 “우디 앨런 영화잖아” 하고 “홍상수 영화잖아”.
▽구=그만큼 기본 퀄리티는 보장되잖아. 2011년 ‘다른 나라에서’부터 이어지는 외국어 시리즈랄까. 나름의 실험정신이 확실히 엿보이는데, 재미는 솔직히 별로. 홍 감독 예전 작품 같은 끈적끈적한 조소가 그리워.
▽정=외화 중엔 뤼크 베송 감독의 ‘루시’가 가장 눈에 띄는군. 21세기 판 ‘제5원소’(1997년)야. 스칼릿 조핸슨은 매력적인데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주제에 뭔가 가르치려 드는 분위기가 불편했어. 그래도 ‘최민식 장군’이 등장하셔서 반갑긴 하더라.
▽구=감독의 야심은 인정할 만해. 근데 표현방식이 좀 구닥다리 같아. 최민식의 비중은 꽤 큰데 연기는 평소답지 않게 좀 어색했어.
▽정=다들 영어 쓰는데 혼자 한국말 써서 그런가. 연기보단 연출 문제인 듯.
▽구=또 다른 외화로 ‘선샤인 온 리스’도 있어. 뮤지컬 영화라 전체적으로 흥겨워. 아는 노래도 아닌데 유쾌해. 다만 사전 지식이 없으면 생소한 건 마이너스.
▽정=난 뮤지컬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암울한 날씨를 닮은 사회적 시대적 배경이 와 닿던데? 전체적으로 올 추석 극장가는 뭔가 ‘38광땡’ 같은 패가 없는 느낌이야. TV에선 무슨 영화 해주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