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한명회’부터 최근 ‘조선 총잡이’ SBS 새 드라마 ‘비밀의 문’까지 7차례 재위기간도 길어 드라마틱한 소재 많아 숙종 5차례…가장 인기 없는 왕은 헌종
조선시대 영조를 떠올릴 때 MBC ‘이산’ 이순재가 생각난다면, 또는 한석규의 이름을 듣고 SBS ‘뿌리 깊은 나무’ 속 세종이 그려졌다면, 사극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누구나 ‘태정태세문단세∼’를 줄줄 외고 있듯, 각 방송사가 매년 2∼3편씩 제작하는 사극이 대부분 조선시대 임금들의 이야기로 꾸며지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왕의 이야기는 가장 강력한 킬러 콘텐츠인 것은 분명하다.
1983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7년 동안 조선시대 정사를 집중 조명한 MBC ‘조선왕조 500년’을 제외하고, 1994년 KBS 1TV ‘한명회’부터 최근 종영한 KBS 2TV ‘조선총잡이’까지, 조선시대 27명의 임금 가운데 사극으로 가장 많이 조명된 인물은 누구일까.
● 영조, 8번이나 재조명
그동안 TV 사극이 가장 많이 다룬 임금은 조선 21대인 영조다. MBC ‘동이’ 이형석, ‘이산’ 이순재, ‘어사박문수’ 조민기, ‘대왕의 문’ 박근형, ‘홍국영’ 최불암, SBS ‘무사백동수’ 전국환, 케이블채널 CGV ‘정조 암살미스터리 8일’ 김성겸 등을 통해 총 7번이나 그려졌다. 22일 방송하는 SBS 새 드라마 ‘비밀의 문’ 한석규도 영조를 연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저만의 개성으로 조금씩 다른 영조를 그려냈다.
그다음으로 많이 재조명된 왕은 정조다. KBS 2TV ‘한성별곡’ 안내상, ‘이산’ 이서진, KBS 2TV ‘성균관 스캔들’ 조성하, SBS ‘바람의 화원’ 배수빈, ‘무사 백동수’ 홍종현, ‘정조 암살미스터리 8일’ 김상중 등 6차례나 다뤄졌다. 이들 역시 제작진과 자신이 재해석한 인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5차례 그려진 숙종도 있지만, 숙종은 그의 삶보다는 인현왕후나 장희빈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그나마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유아인과 MBC ‘동이’ 지진희, KBS 2TV ‘장희빈’ 전광렬이 비중이 높았던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이도 있다. 24대 헌종이다. 현재까지 방송한 드라마에서 그의 모습이 등장한 적은 없다. 또 그의 아버지인 순조 역시 MBC ‘이산’에서 아역 이지민을 통해 한 차례 정도 밖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왼쪽부터) ‘장옥정 사랑에 살다’ 숙종(유아인)-‘이산’ 영조(이순재)-‘이산’ 정조(이서진) ● 왜 ‘영조’인가?
그렇다면 왜 사극은 ‘영조’를 좋아하는 것일까.
SBS 김영섭 드라마 국장은 “조선 역대 임금 가운데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고, 또 그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산 임금이 없다”고 했다. ‘영조대왕자료집’(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66세의 영조는 첫 번째 왕비가 죽은 후 51세 나이 차가 나는 15세 정순왕후를 왕비로 들였다. 또 무수리 출신인 숙빈 최씨의 아들로 태어나 출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는 등 왕권을 둘러싸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영조는 조선 후기를 부흥기로 이끈 인물”이라며 “사극은 당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