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낭비” 지적에 ‘1사1경기’ 중계로 배드민턴, 방송 인기종목 제외돼 불방 KBS “정규편성 취소할 수 없어 재방” 네이트 독점 중계도 지상파에서 제한
“동네 대회도 아니고…”시청자 맹비난
23일 밤 시청자들이 분노했다. 이날 한국 배드민턴 남자 대표팀이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정작 이 명승부를 지상파 방송 채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배드민턴 결승 중계’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상황이었다. 급기야 일부 시청자는 중국 CCTV 홈페이지 등을 통해 중계방송을 찾아봤고, 누리꾼은 “동네 체육대회도 아니고, 한국의 중요한 결승전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방송사들을 맹비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국내에서 12년 만에 열린 아시안게임인데도 중계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회 주관방송사인 KBS·MBC와 ‘아시안게임 전문채널’임을 내세운 SBS의 입장을 듣고 인천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낸다.
-어떤 기준으로 경기를 중계하는가.
“지상파 방송 3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중복 중계로 “전파 낭비”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번엔 ‘1사 1경기 중계’ 원칙을 세웠다. 개폐막식만 3사가 동시 생중계하고, 439개 경기 가운데 21개 주요 종목 경기와 시청자 관심이 높은 수영과 리듬체조, 야구, 축구 결승전을 일자별, 예선별로 단독 또는 2사 동시 중계키로 했다.”
-각 방송사의 전담 종목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방송사가 제공하는 편성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방송사가 중계 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도 않고, 각 사가 중계하기로 합의한 종목도 공개하지 않아 시청자는 편성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23일 밤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결승을 아예 중계하지 않은 것은 왜인가.
“배드민턴은 방송사가 합의한 인기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방송사의 자체 판단이 기준이 된다. 주관방송사인 KBS가 중계를 하지 않아 시청자 비난이 폭주하고 있기도 하다. KBS 측은 ‘배드민턴 남자 단체 결승전은 길게는 소요 시간이 5시간을 넘길 수도 있다. 정규편성을 취소하면서까지 생중계할 수 없어 하이라이트로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이 400개가 넘는 경기를 모두 중계하지 못하면 계열 스포츠전문채널(SBS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KBSN스포츠 등)을 활용하면 되지 않나.
“당초 방송 3사는 경기수가 400개가 넘고, 시간도 많이 겹쳐 모든 종목을 생중계하기 어려워 각사의 스포츠채널을 통해 중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이 맺은 계약상 ‘홀드백(Holdback)’ 때문이다. 지상파 채널이 본 방송을 내보낸 후 케이블이나 IPTV 등 다른 플랫폼이 재방송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쉽게 말해 지상파 방송 채널에서 먼저 중계한 후 다음날 오전 7시 이후에야 재방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관련 경기를 볼 수 없나.
“현재 네이트가 독점중계권을 확보, 생중계하고 있다. ‘다시 보는 인천’ 코너를 통해 날짜, 종목, 메달별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전 경기 영상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가 중계를 했을 경우에만 볼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중계했지만, 이번엔 아니다. 방송 3사와 중계방송 사용료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주문형비디오(VOD) 등 영상 콘텐츠도 제공하지 않는다. 비싼 중계료가 이유다.”
-중계료는 얼마나 되나.
“중계권을 확보한 방송 3사는 인천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측에 1100만 달러(110억원)를 중계료로 지불했다. 이 가운데 KBS 45억원, MBC와 SBS는 각각 33억원을 냈다.”
-모바일은 어떤가.
“네이트 모바일 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다. 메인 페이지에서 ‘2014 인천’을 클릭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방송사를 선택하면 고화질 시청이 가능하다. 페이지 아래에는 한국 대표팀 출전 종목이 시간별로 구분되어 있어 경기 일정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