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 개봉하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이명세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신혼부부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그린 임찬상 감독의 이 영화는 원작의 캐릭터나 구성, 에피소드를 상당 부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20세기와 21세기 결혼생활이 다르듯 달라진 것들도 있다. 주인공 영민과 미영 커플은 박중훈-고(故) 최진실에서 조정석-신민아로 바뀌었다. 당시 박중훈과 최진실이 24, 22세였는데 조정석과 신민아는 34, 30세다. 만혼 트렌드가 배우 나이에도 반영된 셈이다.
○ 목소리 커진 아내, 귀여워진 남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내의 목소리 데시벨. 전업주부 최진실은 남편 사진에 대고 화풀이하는 소심한 아내였다. 유일한 대화 상대는 집주인 아줌마. 일탈이랍시고 홀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최진실은 처음 담배를 접하고 “남자들은 이런 쓴 걸 왜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시간제 미술학원 강사인 신민아에겐 직장 동료와 수다 떨 친구가 있다. 그는 남편에게 “소변 볼 때 변기 뚜껑 올려라” 같은 잔소리를 퍼붓는다.
남편 캐릭터는 더 귀여워졌다. 출판사 직원이자 작가인 박중훈은 아내더러 “남편 고생하는 줄 모르고 집에서 퍼질러 있다”고 소리 지르는 마초였다. 반면 시인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조정석은 아내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아실현에 매진하는 철부지에 가깝다.
○ 마스크 끼고 콘돔 사던 그 남자, 지금은?
신혼 첫날밤은 원작 초반부에서 비중 있게 다룬 에피소드다. 박중훈은 민망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가지만 말을 못 꺼내 ‘콘택 600’을 산다. 결혼 전까지 “키스도 허락하지 않던” 최진실은 남편과 한 이불 덮는 것도 무서워한다. 그러나 2014년 영화에선 신혼여행 에피소드가 사라졌다. 그 대신 초반부를 채우는 것은 형형색색 쫄쫄이 사각 팬티에 가려진 조정석의 엉덩이다.(큰 기대는 하지 말자. 15세 이상 관람가)
○ ‘결혼 위기 유발자들’의 진화
부부 관계를 흔드는 위기 유발자들도 바뀌었다. 최진실의 열등감을 자극하던 박중훈의 문단 선배 미스 최(김보연)는 뿔테 안경을 쓴 대찬 커리어우먼. 반면 신민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조정석의 ‘불알친구’ 승희(윤정희)는 성공한 여성임에도 나긋나긋한 콧소리를 내며 여성성을 감추지 않는다.
박중훈은 최진실의 전 직장 상사 임 과장(송영창)을 아내의 옛 남자로 오해한다. 2014년에는 신민아의 직장 동료 준수(서강준)가 나온다. 꽃미남에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이 연하남 때문에 ‘키 작고 차도 없는’ 조정석의 질투심은 폭발한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최진실은 “시댁엔 쇠고기 세 근을 가져가면서 처가에는 빈손으로 가는” 남편이, 신민아는 “시댁에는 30만 원 하면서 처가에는 10만 원 주는” 남편이 밉다. 집안일이 아내에게 몰리는 것도 여전하다. 최진실처럼 매일 남편의 구두를 닦진 않지만 신민아 역시 “결혼을 한 건지 입양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남편의 오줌 줄기가 약해지는 건 공통된 관심사. 다만 해결책은 ‘현미 식초’에서 ‘바르는 비아그라’로 진화했다. 리메이크작을 제작한 필름모멘텀의 신영일 프로듀서는 “원작에 대한 오마주(존경)의 뜻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최대한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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