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돌아오셨다. ‘막장계의 김수현’ 임성한 작가의 10번째 드라마 MBC ‘압구정 백야’가 이달 6일 시작했다. 드라마 속 ‘임성한 월드’는 여전하다. 만삭 올케에게 마중 나오라고 시키는 시누이의 비상식적 행동 등은 논외로 하자(지면 관계상…). 형식적인 면에서 독특한 등장인물의 이름(여주인공 이름은 ‘야’), 주어나 목적어가 뒤로 간 말투(“얼마나 쿨 하다고. 요즘 애들”), 특이한 기도관(“숙원기도보다 삼천 배가 효과 있대”), 음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낮에는 스테이크보다 생선 요리요”), 애틋한 강아지 사랑(어머니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개를 몰래 들여오는 남주인공의 동생) 등은 여전하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남주인공이다. 조곤조곤한 말투의 내향형 여주인공들은 최근 ‘오로라 공주’나 ‘압구정 백야’에서 외향형 공주병 아가씨로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남주인공들은 참 한결같다. 주로 강한 턱 근육과 진한 눈썹을 자랑하며 굵은 목소리로 남성 호르몬을 마구 발산한다. 성실하고 진중한 이들은 중장년 여성이 좋아하는 ‘1등 사윗감’과 닮았다. 딸을 업고 100m 달리기는 거뜬히 해낼 몸매 아니던가.
이것이 캐스팅 권한을 쥔 작가의 취향인지에 대해선 방송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한 드라마 PD는 “일일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인 중장년 여성들의 취향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방송계 관계자는 “작가의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그래서 임 작가 드라마 배우들 중 상당수는 드라마의 성공 후 인지도가 높아졌음에도 이후 작품 활동은 뜸하다는 것이다. 관상 전문가인 김향숙 페이스리딩 대표는 “임 작가 드라마 속 배우들은 전반적으로 남성성, 양기가 센 얼굴이다. 해맑은 양기보단 ‘양기 속에 음기’가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고 평했다. ‘양기 속 음기’는 때로 이성을 유혹하는 묘한 매력이지만 넘칠 경우 ‘느끼하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임 작가도 시대 변화를 의식하긴 한다. 예를 들어 남주인공의 직업이 변했다. 신문사 사주 아들 겸 사회부 기자(‘인어 아가씨’), 컴퓨터 수리공으로 위장(?)한 국무총리 아들이자 변호사(‘왕꽃 선녀님’), 중견기업 후계자(‘보석비빔밥’ ‘신기생뎐’) 등에서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오로라 공주’)나 종편 연출자(‘압구정 백야’)로 달라졌다. 압구정 백야의 남주인공은 갤러리에 자주 드나든다. 1등 사위 조건에 ‘예술성’도 포함되고 있으니 예비 사위들은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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