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 호텔을 닮아간다. 위부터 대리석 인테리어로 화제가 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호피무늬 천으로 좌석에 포인트를 준 CGV 청담씨네시티점. 롯데시네마·CGV 제공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시장점유율 2위인 롯데시네마가 유난히 ‘힘 준’ 영화관이다. 최근 저층부를 부분 개장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엔터테인먼트동 5∼11층)에 있는 멀티플렉스다. 고해상도 영사 시스템, 첨단 음향 시스템, 대리석 인테리어 외에도 가로 34m, 높이 13.8m의 세계 최대 스크린을 들여놓았다. 이전까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스크린은 서울 CGV 영등포점(31.38m×13m)이 보유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스크린 크기가 1, 2위인 영화관이 모두 서울에 있는 셈이다.
한국의 멀티플렉스는 시설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1998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처음 생긴 후 대기업 극장 체인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3S’ 즉 스크린(Screen), 소리(Sound), 좌석(Seat)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스크린이 클수록 균일한 밝기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 보니 스크린 크기 경쟁과 비례해 영사기 해상도 경쟁도 첨예해진다. 4억∼5억 원을 호가하는 스피커 시설을 갖춘 사운드 특화관(일반관은 약 5000만 원)도 등장하고 있다.
3S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좌석이다. 1990년대 말까지 1m가 채 되지 않았던 앞뒤 좌석 간격은 일반관 기준 1m 20cm까지 늘었다. 메가박스는 올해 새로 문을 열거나 리뉴얼 하는 극장부터 “진드기 방지를 위해 기존의 패브릭 좌석을 인조가죽으로 교체 중”이라고 밝혔다.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는 프리미엄관의 수입 소파는 개당 150만∼200만 원을 호가한다. 일반관 좌석은 개당 20만 원 안팎이다.
인테리어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는 5∼10년마다 한 번씩 공간을 바꾸는데 아티스트나 건축가와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CGV 신촌아트레온점은 올 6월 오픈하면서 건축가 최시영 씨가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했다.
멀티플렉스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고급화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양효석 CGV 디자인팀장은 “상품(영화)이 비슷하니 차별화하려면 시설과 인테리어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의 영화상영관에는 4D용 진동좌석이나 특수음향시설 같은 시설 요소가 영화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보유 시설, 상권 및 입지 요인이 영화관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색적 연구’)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영화 산업은 대기업이 제작부터 상영까지 주도하다 보니 멀티플렉스의 영향력이 남다르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영화관이 포화 상태라 경쟁은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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