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유나, 마성의 재즈…“10년만에 찾은 나의 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5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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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맹유나. 사진제공|JH엔터테인먼트
가수 맹유나. 사진제공|JH엔터테인먼트
재주가 너무 많은 것도 어린 천재에겐 때로는 큰 고민을 안긴다. 프로의 무대에 나서려면 그 많은 재주 중에서 심화시켜나갈 하나를 정해야 하는데, 선택의 고민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열여섯 살이던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처음 노래를 시작한 맹유나는 지난 9년간 유나, 키키유나, 맹유나로 변해온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불러왔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맹유나는 2008년 첫 앨범부터 2013년 발표한 ‘포 유’까지 6장의 음반을 내면서 모던 록, 미디엄 템포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섭취해온 터라 그의 음악적 감성은 다양한 장르로 분출됐다.

꾸준히 자기의 음악성을 실험하면서 때론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민을 겪기도 했던 맹유나는 ‘재즈’를 만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앞으로 집중해야 할 자신만의 음악을 찾은 것이다. 결국 그는 음악에 입문한지 10년 만에 자신의 길을 찾은 셈이다.

최근 발표된 두 번째 정규앨범 ‘콤마’는 맹유나가 재즈 뮤지션으로 항해를 시작하는 작품이다. 그는 “앞으로는 재즈에 포커스를 맞춰 천천히 가고 싶다”고 했다. 앨범이름을 ‘쉼표’라는 뜻의 ‘콤마’로 지은 것도, “그간 내가 해왔던 음악을 압축·정리하고, 쉬어가는 의미”가 있고, 나아가 “사람들에게 휴식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전에는 ‘어떤 음악을 하는 게 좋을까, 다양한 음악이 좋을까, 하나로 포커스를 맞춰서 할까’ 고민이 많았다. 재즈를 하면서 ‘새로운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길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더라. 재즈를 하면서 노래하는 나 자신이 좋고, 곡도 더 잘 써지고, 특히 공연하는 게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의욕이 넘치는 법이다. 이전까지 프로듀서의 지시를 따랐다면 이번 앨범은 스스로 의견을 내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했고, 그만큼 “재미있는 작업”이 됐다.

평소 재즈를 좋아지만 2012년 MBC ‘코이카의 꿈’에 출연해 네팔에서 건축, 음악 봉사 등을 한 것이 본격적으로 재즈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당시 함께 공연했던 윈터플레이의 기타리스트 최우준으로부터 재즈를 권유받고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을 만나 그에게 1년간 재즈를 배우면서 재즈의 마법에 빠지게 됐다.

자기만의 음악세계가 갖춰진 맹유나는 재즈를 흡수하면서 ‘마성의 재즈’라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꿔냈다. ‘콤마’의 타이틀곡 ‘렛츠 댄스’가 그것이다. 노라 존스, 샤데이의 재즈적 감성이 엿보이면서도 후반부의 스캣과 허밍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조화는, 맹유나가 창의력 있는 뮤지션이란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

평소 그가 시도하지 않았던 묵직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후에도 아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 이 곡은 반복되는 후렴구가 유혹적이면서도 그레고리 성가를 듣는 듯한 스캣과 허밍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렛츠 댄스’를 작업하면서 재즈에 더 깊이 빠져 들었다”는 그는 그러나 “아직 재즈를 잘 모른다. 지금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이고, 이제 시작이다. 많이 배워서 앞으로 잘 해보고 싶다”고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재즈를 좋아하지만 참 어려운 음악이란 걸 느낀다.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음악이다. 지금도 배우고 있지만 힘들다.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있다.”

맹유나는 ‘재즈’라는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만큼 활동도 이전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건반 콘트라베이스 드럼 기타로 이뤄진 4인조 밴드를 결성해 공연 위주의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녹음된 반주에 맞춰서 노래했는데, 밴드를 하면서 ‘하모니’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 틀에 박힌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다양하게 연주하면서 음악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많이 배운다. 라이브 무대가 재미있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있더라”고 감탄하는 맹유나는 재즈를 시작하면서 “원대한 목표”도 생겼다. 미국 뉴욕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하는 것이다.

맹유나는 재즈를 하면서 바뀐 것이 또 하나 있다. 유제품도 먹지는 않던 완벽한 채식주의자(비건)였던 그는 지금은 유제품과 생선을 먹게 됐다. ‘조화’ ‘하모니’가 중요한 재즈밴드를 하면서 타인들의 불편함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채식을 하게 됐던 때의 “나의 관념이나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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