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안개의 성. 대국민.
#133 Chris Potter ‘Against the Wind’(2007년)
어제(22일) 막을 내린 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는 경연자들의 훌륭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밤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한 뒷맛을 남겨줬다. 저번 시즌부터인가 생방송 시청자 문자 투표수, 참가자별 득표수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승한 곽진언이 몇 표, 준우승자 김필이 몇 명의 시청자에게서 지지를 얻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문자 한 통당 정보이용료를 100원씩이나 냈는데 투표수 정보조차 이용할 수 없다니….
방송가에선 ‘슈스케6’의 문자 투표수는 본방 시청률이 높았던 다른 시즌에 비해 4, 5분의 1까지 떨어졌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렇게 따져도 투표수는 회당 최소 수십만 건으로 추산된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도 투표수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다. 다음 달 열리는 ‘슈스케 콘서트’에 대한 광고와 협찬사 정보, 다시보기 메뉴가 또렷이 노출돼 있을 뿐이다.
매년 분야별 최고의 연주자를 꼽는 미국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는 최근 2014 독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다운비트는 이번에 총 2만7504표가 답지했다고 밝혔다. 다운비트의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투표수는 초라하다. 슈스케에 비할 바가 안 된다. 테너 색소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크리스 포터의 1272표, 84세의 역사적 거장 소니 롤린스가 얻은 단 402표(8위)는 숫자만 보면 다운비트에나 연주자들에게나 민망할 수 있다. 근데 권위는 때로 규모가 아니라 투명성에서 나온다.
‘슈스케’의 석연찮은 뒷맛은 다른 데도 있었다. 우승자 앙코르에서 감격에 복받쳐 노래를 시작하지 못하는 곽진언의 모습 위로 ‘부담이 큰 결승 라이브 무대임에도 통기타 한 대로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은 그 통기타 연주가 MR(미리 녹음된 음원)로 깔린 것이다. ‘진짜 기적은 멈추지 않는다’더니 진짜 기적이 일어났나.
때로 조커처럼 보이는 TV의 텅 빈 네모는 섬뜩하다.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화면을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더니 그가 다가와서 말했지. 예능을 왜 다큐로 받아들이냐고. 애들처럼 질질 짜지만 말고 좀 웃으라고. 내 입을 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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