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받고 해야겠다는 의무감 들어 장그래 역에 사회적 관심…책임감 커져 연기자로서 내 위치에 대한 안도감 수확
‘미생(未生),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2010년 그룹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뒤 4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지금 몸담고 있는 이 곳에 “내가 있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은 자신 있게 ‘완생’(完生)의 삶에 다가갔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라보는 모든 이들은 ‘완생’에 조금식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터. 임시완은 드라마 ‘미생’을 통해 ‘완생’을 향해 걸어가는 자신의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었는지 모른다.
20일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 속에서도 고졸 검정고시 출신의 종합상사 비정규직 사원 장그래를 완벽하게 표현한 임시완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출연진, 스태프와 세부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뒤 26일 만난 임시완의 모습에는 흐릿하게나마 ‘장그래’가 남아 있었다. 드라마 촬영 도중 만났을 때는 온전히 장그래였던 그는 극중 위축된 캐릭터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지만 “(기자의 노트북)타이핑 소리가 익숙하다”며 “처음에는 취재진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어색했는데 이제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웃었다.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쏟아내는 말에서는 장그래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장그래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어서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보다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만약 ‘미생’의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장그래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여느 연기자가 그렇듯 임시완도 초반에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다. 촬영하는 동안 캐릭터로 살아가며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하고 장그래의 ‘미생’과 같은 삶에 “꽤 맞닿아 있어” 연기하기 수월할 것이라고도 확신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시청자는 장그래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다”며 “그때부터 무게감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돌이켰다.
임시완은 한때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미생’을 통해 “때론 정의를 외면하고, 눈치를 봐가며 (일)해야 할 때가 있다”며 현실의 냉혹함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고 고백한다. 여전히 “이번에야말로 연기 밑천이 드러났다”고 속상해하기도 한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하고 ‘적도의 남자’ 그리고 올해 1000만 영화 ‘변호인’과 ‘트라이앵글’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의 겸손함에서도 장그래가 다가왔다.
2015년을 앞두고 임시완은 아직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욕심 부리지 않고 제가 처한 상황에 수긍하고 묵묵히 나아가고 싶다. 내년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지만, 힘들 것 같다. 하하! 앞으로도 물 흐르듯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꼭 필요한 돌은 아니지만 ‘지금 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커졌다. 다행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