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12일째인 28일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제시장’은 제작사가 개봉 전부터 ‘1000만 관객’을 기대했던 영화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크리스마스 휴일과 토요일인 27일 각각 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으며 60∼70%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7번방의 선물’(2012년·1281만 명)과 비슷한 흥행 속도다. 》
영화의 주인공 황정민(44)은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지만 흥행운은 별로였다. ‘너는 내 운명’(2005년·305만 명)이나 ‘신세계’(2012년·468만 명) 같은 대표작조차 5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1000만 (관객) 파티에서 또 보면 좋겠다”는 ‘뼈 있는’ 인사를 했다.
―윤제균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황정민을 염두에 뒀다더라.
“재작년 초에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라 하기에 바로 한다고 했다. 내가 아빠가 되니 그런 것 같다. 마치 여자들이 아이 낳고 엄마를 이해하듯.”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했다.
“직접 체험하지 않았어도 파독광부나 월남전, 이산가족 등 모두 아는 이야기라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경험을 한 70대 할아버지가 현재 어떤 생각과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아내는 게 큰 숙제였다. 70대 덕수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배역이 파악됐다. 할아버지 분장하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최근 ‘나의 독재자’ 설경구를 비롯해 노인 분장이 유행이다.
“분장에 시간 뺏기는 게 싫어서 제작진에게 무조건 빨리 해달라고 했다. 3시간 걸렸으니 짧았던 편이다. 관객이 분장을 의식하지 않게 걸음걸이나 손 모양새 같은 행동을 70대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2년 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때 70대 돈키호테 역을 맡으면서 취재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서울 탑골공원에 찾아가 할아버지들의 움직임을 캠코더로 찍은 뒤 그걸 보면서 공부했다.”
―20대 모습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다듬었다고 들었다. 식스팩도 있더라.
“20대 때 영화만큼 피부가 좋지는 않았다. 늘 빨갰지. 내심 (오)달수 형도 20대로 나오니까 나는 욕을 덜 먹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내 20대는 지금이랑 (피부 빼고는) 똑같고 달수 형은 지금이 더 낫다.”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꼽힌다.
“조연할 때가 나았다. ‘달콤한 인생’(2005년) 보면, 좋잖아. 그런데 주인공을 맡으면 왜 날것의 느낌이 안 나오나, 고민이었다. 잘하려다 보니 어깨에 벽돌만 쌓인 거다. 그런데 40대가 되면서 가벼워졌다. 고민할 시간에 놀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지금은 재밌다, 현장이.”
―국제시장은 한국 현대사의 전형적 장면을 조합했다. 상투적이지 않나.
“덕수가 보통의 남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나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버지를 대표하는 얼굴이길 바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평범하게 보일까 애썼다. 그러면 에피소드가 상투적이더라도 공감을 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다. 말 없고 성격도 급하다. 내 영화를 보신 적이 별로 없는데 최근 시사회에 오셨다. 어머니를 통해 반응을 물었는데, 역시 아무 말 없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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