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스타일 완벽함 추구하려니 스스로 너무 채찍질 부담 내려놓고 글쓰는 공부에 다시 매진 이젠 다시 ‘자연인 오지은’을 찾아야죠
“이제는 ‘자연인 오지은’을 찾아야 할 때다.”
연기자들은 작품을 하는 동안 캐릭터에 빠져 산다.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극중 인물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는 시청자나 관객이 겪어볼 수 없는, 연기자들만의 직업적인 매력이다. 그래서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모른다.
연기자 오지은(34)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인 오지은’으로 돌아오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여간 쉽지 않았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였다.
“캐릭터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스타일이다. 주로 밝은 캐릭터를 맡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상한 삼형제’ 때는 힘들어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름 조절해 능수능란하게 빠져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한계는 2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 이후 절정에 다다랐다. 6개월 이상 극중 한소원으로 살면서 “자연인 오지은이 차단”됐다. “먼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몇 년 만에 돌아온 느낌”이란다.
“방에 혼자 있는 게 그렇게도 낯설다.”
‘소원을 말해봐’ 속 한소원은 친모의 배신에 괴로워하고 뇌사상태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다. 하지만 감정을 꾹꾹 누른다. 울음으로 그나마 표출했다. 연기하는 당사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드라마가 끝나면 응어리가 해소될 줄 알았는데 쌓여만 간다. 고스란히 제가 안고 있더라. 저도, 주변도 못 챙기고 오로지 소원이만 챙겼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심적으로 꽤나 힘들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다. ‘연기자 오지은’에서 벗어나 ‘자연인 오지은 찾기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시절 공부한 연출과 글 쓰는 작업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작품을 끝내고 보니 해가 바뀌었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적응을 잘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묵묵히 열심히 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다보니 스스로 채찍질을 너무 많이 했다”는 그는 “이제 그 부담을 조금 내려놓았지만, 제 분수를 알고 부족함을 깨닫기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참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해오면서 어느덧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됐다.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화제가 이어졌다.
“본능이다. 꼭 할 것이다. 예전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쪽(결혼)으로도 에너지를 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