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아 낫 유’, 각각 다른 인생을 살던 두여성의 ‘워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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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였던 케이트(힐러리 스웽크)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인생. 다정한 남편 에반(조쉬 더하멜)과 함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허나 35세 생일날 몸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상신호.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루게릭 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판정을 받는다.

가수지망생 벡(에미 로섬)은 모든 게 엉망진창인 20대. 학업도 사랑도 제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우연한 기회에 덜컥 케이트 간병인으로 채용되나 모든 게 실수투성이. 그런 벡을 케이트는 묘하게도 맘에 들어 하는데…

22일 개봉하는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미국 여성작가 미셀 와일드젠이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 소설은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서 극찬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 매거진은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유아 낫 유’는 브로맨스(Bromance·남성 사이의 우정)의 반대인 ‘워맨스(Womance·여성 사이의 우정)’를 다룬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년) 이래 그리 색다른 주제는 아니다.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여성이 첨엔 삐걱대다가 점차 맘을 연다는 전개는 고리타분할 정도다. 그런데 뻔한 것조차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 바로 두 여배우의 연기다.

이젠 ‘믿고 보는 배우’라 불러도 좋을 스웽크는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다. 수개월 동안 루게릭 환자를 만나며 작은 근육 떨림까지 고민했다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순히 시한부를 완벽하게 재현한 게 아니다. 환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닌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로섬 역시 만만치 않다. 2004년 영화 ’투모로우‘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친숙해졌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나 싶다. 영화 흐름 상 스웽크와의 투 샷이 많은데 딱히 기울질 않는다.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그저 두 여성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소 심심했을 터. 케이트와 벡은 “네 모습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건, 앞으로 창창하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걸 진정 원한다면, 먼저 내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길.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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