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였던 케이트(힐러리 스웽크)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인생. 다정한 남편 에반(조쉬 더하멜)과 함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허나 35세 생일날 몸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상신호.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루게릭 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판정을 받는다.
가수지망생 벡(에미 로섬)은 모든 게 엉망진창인 20대. 학업도 사랑도 제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우연한 기회에 덜컥 케이트 간병인으로 채용되나 모든 게 실수투성이. 그런 벡을 케이트는 묘하게도 맘에 들어 하는데…
22일 개봉하는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미국 여성작가 미셀 와일드젠이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 소설은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서 극찬 받았다. 오프라 윈프리 매거진은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유아 낫 유’는 브로맨스(Bromance·남성 사이의 우정)의 반대인 ‘워맨스(Womance·여성 사이의 우정)’를 다룬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년) 이래 그리 색다른 주제는 아니다.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여성이 첨엔 삐걱대다가 점차 맘을 연다는 전개는 고리타분할 정도다. 그런데 뻔한 것조차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 바로 두 여배우의 연기다.
이젠 ‘믿고 보는 배우’라 불러도 좋을 스웽크는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다. 수개월 동안 루게릭 환자를 만나며 작은 근육 떨림까지 고민했다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순히 시한부를 완벽하게 재현한 게 아니다. 환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닌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로섬 역시 만만치 않다. 2004년 영화 ’투모로우‘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친숙해졌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나 싶다. 영화 흐름 상 스웽크와의 투 샷이 많은데 딱히 기울질 않는다.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그저 두 여성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다소 심심했을 터. 케이트와 벡은 “네 모습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건, 앞으로 창창하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걸 진정 원한다면, 먼저 내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길.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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