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0%대로 금요일 밤 안방 평정 차승원·유해진 ‘브로맨스’에 연출 탁월 먹방 넘어 눈과 입 만족시킨 재미 선사
1970년생 동갑내기 차승원과 유해진은 따뜻한 밥을 짓기 위해 찬 바닷바람을 이겨내며 오늘도 장작에 불을 땐다. 성격도, 외모도, 연기 스타일도 어느 것 하나 닮은 것 없는 두 사람이지만 제법 잘 어울린다.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만큼은 그렇다.
‘삼시세끼’는 1월23일 첫 회가 9.8%, 30일 2회가 10.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금요일 밤 10시 시간대를 평정했다. 향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시청자를 사로잡은 ‘삼시세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 리얼리티+먹방+브로맨스…종합선물세트
‘삼시세끼’에는 없는 것이 없다. 최근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 모두 녹아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포맷인 리얼리티, SBS 드라마 ‘펀치’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먹방’(먹는 장면), 또 남녀 못지않은 남성들의 진한 우정을 일컫는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가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연출자 나영석 PD는 ‘1박2일’을 시작으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까지 자신의 솜씨를 과시하며 출연진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최소한의 할 일만 알려주고 모든 것은 출연자가 알아서 하도록 ‘방목’한다. 이를 통해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매력은 십분 돋보인다.
‘삼시세끼’는 ‘먹방’을 연장해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홍합과 담치의 차이를 자막으로 설명해주고,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레시피 코너를 마련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음식의 조리 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는 재미까지 준다.
가장 큰 인긴 견인차는 누가 뭐래도 차승원과 유해진이다. 2007년 영화 ‘이장과 군수’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으로 언뜻 부부를 연상하게 한다. ‘섬사람’ 유해진이 툴툴거리지만 ‘차줌마’ 차승원은 조용히 한 상을 차려온다. 그리고는 심취해 먹는다. 본능적인 행동이 가식 없이 비춰지며 인간미가 더욱 돋보인다.
● 강아지 산체부터 PPL까지…궁금증 몇 가지
‘삼시세끼-어촌편’의 촬영지 만재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있다. 30가구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규모의 작은 섬이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다시 배를 타고 6시간을 더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예능프로그램을 촬영하기에는 ‘부적합’한 장소다. 나 PD는 ‘1박2일’ 연출 당시 한 차례 방문하고 “해산물을 잘 먹었던 기억”에 만재도를 택했다. 그는 “섬이라는 특성상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좀 더 재밌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출연자는 자급자족으로 밥을 해결하지만 수많은 스태프는 어떻게 삼시 세끼를 해결할까. 섬이라 배달을 하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 ‘밥차’로 끼니를 때운다. 숙소는 마을 이장의 ‘통 큰’ 배려 덕에 해결했다. 제작진은 촬영 전 이장과 사전 조율을 통해 집을 마련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머무는 집은 마을 주민의 것으로, 집주인은 촬영 동안 자신 소유의 또 다른 집에서 지낸다.
시청자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강아지 산체의 출연은 제작진의 계획에 없었다. 산체는 한 스태프가 개인적으로 키우려 분양을 받았지만 촬영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많아져 부득이 현장에 데려오면서 투입됐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했던가, 산체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분량까지 위협(?)하고 있다.
‘삼시세끼’의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은 ‘미생’처럼 감쪽 같지는 않다. 대놓고 드러내지도 않는다. 탄산음료와 탄산수, 의상이 전부다. 급히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조달한다. 일부 시청자가 혹시나 했던 산체의 사료는 주인이 가져온 것이다.
출연자들의 완벽한 호흡, 주민들의 아낌없는 지원, 제작진의 빈 틈 없는 연출력. 3박자가 딱딱 들어맞지만 이들의 힘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기상 상황이다. 총 4회 촬영에 4박5일을 보내는 제작진은 갑작스런 풍랑주의보로 섬을 나올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제작진은 “더 좋은 장면을 뽑아낼 수 있었다”며 전화위복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