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상속자’ 존 듀폰은 왜 금메달리스트를 살해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13시 53분


코멘트
1996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다국적 화학 회사 듀폰의 상속자인 존 듀폰이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레슬링 영웅’ 데이브 슐츠를 총으로 살해했다.

‘미 역사상 가장 돈 많은 살인 피의자’가 등장한 이 사건은 당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존 듀폰은 데이브 슐츠가 소속된 ‘폭스캐처’라는 레슬링 팀의 창설자이자 후원자였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존은 정신병력이 참작돼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2010년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베넷 밀러 감독은 20년 전 사건을 영화 ‘폭스캐처’(5일 개봉)로 재조명했다. 감독은 존 듀폰(스티브 카렐)과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 사이에 한 사람을 더 불러들였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여는 주인공은 데이브 슐츠의 동생이자 또 다른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다.

형 데이브의 그늘에 가려진 삶을 살던 마크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형보다 앞서 ‘폭스캐처’ 팀에 합류했다. 영화를 비극으로 이끄는 것은 마크와 존이 가진 결핍감이다. 마크는 형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존을 찾았고, 존은 어머니에게 인정을 받기위해 레슬링 팀을 꾸렸다.

마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한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은 존이 데이브를 ‘폭스캐처’의 코치로 불러들이면서 갈등을 빚는다. 존에게 버림받은 마크는 극한 배신감에 고통스러워한다. 어른이지만 성장을 멈춘 아이와 같은 존에게 ‘폭스캐처’와 슐츠 형제는 한 때 아꼈더라도 싫증나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장난감 기차와 마찬가지였다.

‘카포티’(2005년) ‘머니볼’(2011년) 등 실화를 영화화 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감독은 세 번째 영화 ‘폭스캐처’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이번 영화에서 존과 마크 두 인물의 심리를 촘촘히 묘사하는데 주력했다.

그래서인지 배우의 연기가 빛났다. ‘스텝업’(2006년) ‘지.아이.조2’(2013년)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대표 ‘섹시 심볼’로 꼽혀왔던 채닝 테이텀은 4개월 간 혹독한 훈련 끝에 레슬러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미국드라마 ‘오피스’ 속 찌질한 상사 역 등 코미디 연기로 익숙했던 배우 스티브 카렐은 존 듀폰 역을 맡아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폭스캐처’는 카렐이 유력 남우주연상으로 후보로 거론되는 등 올해 아카데미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8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