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1억 흥행 배우? 난 1억25만명 관객 배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2일 06시 55분


1990년대부터 지켜온 헤어스타일처럼 오달수는 무던한 배우다. 출연 영화 통산 1억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힘도 그만이 지닌 향기가 아닐까. 스포츠동아DB
1990년대부터 지켜온 헤어스타일처럼 오달수는 무던한 배우다. 출연 영화 통산 1억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힘도 그만이 지닌 향기가 아닐까. 스포츠동아DB
■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오달수

‘도둑들’ ‘국제시장’ 등 출연작 관객 1억
‘조선명탐정’ 김명민과 찰떡
궁합 여전
‘베테랑’‘암살’ 개봉 앞둬…쉼없는 질주
연극무대도 21세부터 지금까지 25년째


최근 배우 오달수(45)는 이색적인 숫자로 화제를 모았다. 수십편의 흥행작에 출연하며 1억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기록이 공개된 덕분이다. ‘도둑들’부터 ‘국제시장’까지 1000만 관객 영화에 잇따라 출연한 점도 새삼스럽게 화제가 됐다.

영화 ‘도둑들’-‘7번방의 선물’ (아래). 사진제공|케이퍼필름·화인웍스
영화 ‘도둑들’-‘7번방의 선물’ (아래). 사진제공|케이퍼필름·화인웍스

누구나 갖기 어려운 이색적이고 이례적인 기록이지만 오달수는 “1억명보다 1억25만명이라는 숫자가 나에겐 중요하다”고 했다. 뒤에 붙은 ‘25만명’은 무대에 처음 오른 21살 때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모은 연극 관객을 “1년에 1만명씩 대략 정리한 숫자”다.

오달수의 몸은 주로 영화 현장에 머물지만 마음은 연극으로 향할 때가 잦다. 2000년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만들어 15년째 운영 중인 그는 “허리가 휜다”며 “그 분들(관객)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며 웃었다.

오달수의 시계는 다른 배우보다 바쁘게 흐른다. 11일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제작 청년필름)을 내놓고 3월 ‘베테랑’, 7월 ‘암살’을 잇따라 개봉한다. 영화 ‘연기의 제왕’도 촬영한다. 출연한 ‘국제시장’은 여전히 상영 중이다. 극장이 온통 오달수에서 오달수로 이어진다.

“쉬어서 뭐할라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 쉬면 되지. 하하!”

쉼 없는 영화 참여는 오로지 그의 ‘의지’로 이뤄진다. 자신에게 전달되는 시나리오를 빠짐없이 읽기로 유명하다. 자신의 ‘눈’으로 선택한 영화들은 대게 흥행에도 성공한다. 남다른 ‘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몇 장 읽다 계속 넘어가는 시나리오는 끝까지 보고, 아니면 접는다. 읽다 배고파 라면 한 그릇 끓어먹으면 그 영화와는 인연이 안 된다. 배고파도 참는 영화가 있다. 예를 들면 ‘구타유발자들’ 시나리오를 볼 땐 마침 치질수술을 해서 두 시간마다 진통제를 맞아야 했다. 그것까지 잊고 읽었다. 하하.”

몇 년 전부터 출연작이 늘면서 관객이 자신의 모습을 자주 봐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기도 했다. 우려는 최근 ‘국제시장’을 거치며 바뀌었다.

영화 ‘국제시장’. 사진제공|JK필름
영화 ‘국제시장’. 사진제공|JK필름

“‘국제시장’은 사람의 마음을 탁 건드렸다. 어느 자리에서도 서로서로 기분 좋은 영화다. 실은 나도 윤제균 감독처럼 아버지께 헌사하는 영화 같은 기분이다. 6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많이 생각난다. 지금 나를 보시면 대견해 하실 텐데.”

출연 빈도가 높지만 관객은 오달수를 쉽게 ‘질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출연 영화들의 흥행 성적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배우로 살면서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배우는 자신의 삶이 없다. ‘나’가 없는 거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아프게 살아야 할까. 그래서 배우는 자신의 평가가 아니라 남의 평가에 울고 웃고 그걸로 먹고 사는, 아주 힘없는 존재다.”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사진제공|청년필름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사진제공|청년필름

당장 대중의 평가를 앞둔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은 2011년 450만 관객을 모은 1편의 후속편이다. 배우부터 감독, 제작진이 다시 모였다. “1편에 생동감이 있었다면 2편은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라는 오달수는 “상대역 김명민과 리허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맞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이 연기에 집중할 생각이다.

“지금 이 헤어스타일을 1990년대부터 해왔다. 안 바꿨다. 스스로 따분해진다면 바꾸겠지만 아직 아니니까. 헤어스타일 하나에도 그 사람만의 향기가 있지 않겠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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