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영화계 인사 33명에게 물어본 결과 남자 배우로는 송강호가 1위를, 여자 배우로는 전지현과 손예진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으로는 봉준호, 윤제균 감독이 나란히 1위로 꼽혔다. 본보가 10년 전인 2005년 진행됐던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하자 한국 영화의 지형 변화가 드러났다.
2015년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남자 배우 1위 송강호는 “어떤 장르든 소화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무적’ 송강호…황정민은 1000만 흥행에도 0표
2005년 최고의 남자 배우 3위에 그쳤던 송강호는 이번 조사에서 11표를 받으며 2위를 두 배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송강호는 10년 동안 ‘괴물’(2006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의형제’(2010년) ‘관상’(2013년) ‘변호인’(〃) 등에서 연기력과 관객 동원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영화 제작자는 “돈이 아깝지 않은 배우”라며 “연기력뿐만 아니라 감독, 스태프와의 의사소통에도 능숙해 현장 분위기를 이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 역을 맡아 처음으로 1000만 배우가 된 황정민은 무득표였다. 10년 전 ‘너는 내 운명’ ‘달콤한 인생’ 등으로 상한가를 치며 최고의 배우 1위를 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후로도 ‘신세계’(2013년·468만 명)와 ‘댄싱퀸’(2011년·405만 명) 등 안정적인 흥행 성적을 내왔지만 남자 배우 1위로 꼽을 만한 강력한 카운터펀치가 없었던 탓으로 보인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국제시장’ 역시 황정민의 영화가 아니라 윤 감독의 영화였다”고 분석했다.
2005년 조사에서 2위 장동건, 3위 조승우와 5위 설경구는 올해 아예 득표하지 못했다. 그 대신 영화 ‘도둑들’(2012년),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년)에 출연했던 김수현이 6표로 2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으로 중국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3위에는 최민식, 하정우, 김우빈이 각 3표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2015년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여자 배우로는 전지현(왼쪽)과 손예진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전지현은 “한 방이 있는 배우”, 손예진은 “꾸준한 배우”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자 배우는 전지현·손예진이 1위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여자 배우는 전지현과 손예진이 각 7표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손예진은 지난해 관객 수 866만 명을 기록하며 깜짝 흥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주연을 맡았다.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년) ‘오싹한 연애’(2011년) ‘타워’(2012년) 등 코미디부터 재난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왔다. 한 영화사 대표는 “흥행 성적이 안정적이고 관객에게 작품에 대한 신뢰를 주는 여배우”라며 “80여 개 매체와의 일대일 인터뷰도 소화할 만큼 홍보에 적극적인 것도 제작사 입장에서는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도둑들’과 ‘베를린’(2013년)으로 부활한 전지현은 김수현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제작사 대표는 “전지현이 요즘 드라마 쪽 관심이 높아 영화 캐스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05년 최고의 여자 배우 1위였던 전도연은 올해 3위로 체면치레를 했다. “연기력 면에서 아직까지 전도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여자 배우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신작 ‘협녀, 칼의 기억’에 대한 기대감도 순위 유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2위를 했던 이영애, 3위 강혜정, 4위 문근영은 한 표도 얻지 못했다. 그 대신 ‘감시자들’(2013년), ‘쎄시봉’(2015년) 등에서 주연을 맡은 한효주가 3표로 4위를 기록하며 새롭게 등장했다.
2015년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으로 선정된 봉준호(왼쪽), 윤제균 감독. 봉 감독은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는평가를,윤감독은“비즈니스 능력과 연출력을 함께 갖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DB○ 감독 평가 기준 흥행성 > 작품성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과 윤제균 감독이 각각 11표를 얻어 공동 3위인 김한민, 최동훈 감독(4표)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봉 감독은 2005년 조사 당시 최고의 감독 3위로 꼽혔고 윤 감독은 이름이 없었다.
윤 감독은 ‘해운대’(1132만 명)와 ‘국제시장’(현재 1320만 명)으로 최초의 ‘쌍천만 감독’이 됐다는 점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 역시 ‘괴물’(1091만 명), ‘설국열차’(2013년·935만 명)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꾸준히 입증해왔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1위 감독 외에도 ‘명량’의 김한민,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3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 영화가 산업화하며 흥행 성적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라며 “해외 영화제 수상 등 작품성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1위였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 조사에서는 2표를 얻는 데 그쳤고 2위 강제규 감독은 득표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이었던 ‘스토커’(2013년)가, 강 감독은 ‘마이웨이’(2011년)가 부진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위였던 이명세 감독 역시 0표에 그쳤고 5위였던 강우석 감독도 1표에 그쳤다.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윤 감독의 힘이 돋보였다. 윤 감독의 제작사인 JK필름이 14표를 얻어 가장 많았다. 심재명 대표의 명필름이 7표를 얻어 2005년과 같이 2위를 했다. ‘없다’는 응답도 7표나 됐다. 한 제작자는 “영화계를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제작사를 꼽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문 및 인터뷰 참여자 33명 분야별 가나다순.▼
▽감독=김한민(대표작 명량), 김현석(쎄시봉), 윤제균(국제시장), 진모영(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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