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은 총 제작비 58억 원을 들여 극장에서만 91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덕분에 주연배우인 류승룡과 정진영도 러닝개런티로 고액의 보너스를 챙겼다. 동아일보DB
톱스타 A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최고 수준인 7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수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화 수익의 5∼7%를 더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 업계에서 ‘지분 할당’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A는 정산 후 20여억 원을 더 챙겼다. 영화 1편 찍고 3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번 셈이다.
스타들의 출연료가 치솟고 있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영화인 30.3%(10명·복수 응답)가 ‘과도한 배우 몸값 등 제작비 급증’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와 시장 독점’(84.45%·28명)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출연료 고액 논란은 늘 존재했지만 이젠 한계선을 훌쩍 넘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배우 출연료는 2013년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인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제작사끼리의 소송 판결문에서 주연을 맡았던 류승룡과 정진영의 러닝개런티가 공개된 것.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으면서 둘은 각각 10억6000만 원과 5억2000만 원을 보너스로 가져갔다. 한 영화인은 “관객 1인당 얼마씩 계산해서 받는 러닝개런티도 한물 간 방식”이라며 “요즘 특급스타들은 매출이나 수익에서 약속된 몇 %를 가져가는 지분 할당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올해 개봉하는 한 대작 영화에 출연하는 남녀 주연 배우는 아예 총 매출의 5%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작사 대표는 “배우 몸값을 대느라 컴퓨터그래픽을 줄이는 등 작품 완성도를 포기할 때도 있다”며 개탄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투자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개런티를 주더라도 스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충을 겪던 프랑스에서는 출연료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는 앞으로 영화진흥기금의 지원을 받는 영화는 배우 출연료가 제작비의 5%를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제작비가 커져도 99만 유로(약 12억4000만 원) 이상 줄 수 없다. 한 제작사 대표는 “할리우드는 배우 몸값이 수천만 달러라도 제작비의 10%를 넘지 않는다”며 “국내도 제작 규모에 맞춰 적정한 출연료를 받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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